주류 게임 문화가 소비해온 '여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걸쳐지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여성을 게임 속에서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게이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게임하는 여성은 아예 없는 사람이었거나, 있더라도 '게임 실력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취급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게임 실력이 계량화된 등급으로 평가 받는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후한 말은 "여자 치고는 잘하네요"라는 말이다. 실시간 온라인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일반화되고 중요해진 요즘 게임에서는 문제가 더더욱 두드러진다.
[서든어택2]가 여성캐릭터를 벗기고 가슴크기를 한껏 키운 것으로 조롱을 받는 사이, [오버워치]는 새로운 영웅인 '아나'를 발표했다. 아나는 기존 영웅이었던 '파라'의 어머니이자 한쪽 눈을 쓸 수 없는 이집트 출신의 저격수다. 게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노인이자 여성, 그리고 장애를 가진 비백인 캐릭터가 등장했다. 아나는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기 전부터 [오버워치] 세계관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아나가 이미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아나의 등장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오버워치]와 [서든어택2]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