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교육혁신을 실시할 때 주로 외국의 사례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 기대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핀란드 교육도 그대로 베껴오기는 어렵다. 핀란드는 인구가 겨우 500만을 넘는 조그만 나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수단적 가치에만 초점을 둔 암흑기에 우리 교육 에너지원은 국가와 사회, 학교,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열(敎育熱)과 학생의 학습열(學習熱)이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원의 과열, 그리고 이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결여로 인해 교육열을 안고 살아가는 주체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을 겪어왔다. 그동안 교육개혁을 통해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敎育熱)을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실패했다. 교육개혁의 영원한 화두는 어찌하면 이 교육열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휘되도록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교육이 어찌할 수는 없다. 국가와 학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먼저 학교간 격차 해소이다. 빈부격차 심화는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의 증가, 학력부진아 증가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소외된 지역에 단순히 평등한 여건을 갖추어주는 데에서 더 나아가 소외된 지역에 대해서는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만큼의 추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소외 지역에서는 학교의 돌봄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학계를 비롯하여 사회의 다양한 조직에서도 우리 교육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5.31 교육개혁을 반추하면서 새로운 교육개혁 패러다임을 탐색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학회, 진보진영, 보수진영이 기반하고 있는 교육적·정치적 관점과 배경에 따라 새패러다임은 약간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년 전인 1995년처럼 지금이 새패러다임을 필요로 하는 전환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