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의 기회주의적 행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한 모든 야권 후보들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 비슷한 재벌개혁 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재벌개혁은 정책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 이 막강한 기업인이 왜 국민연금의 팔을 비틀기 위해 최순실에게 스스로 상납했을까?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 분이 삼성의 지배주주가 아니라는데 있다. 이 양반은 삼성그룹의 주식에서 1-2%밖에 소유하지 못한데다가, 그나마 그것도 아버지 이건희가 계열사 팔 비틀어서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아버지 어머니 모두 합쳐도 삼성그룹 전체의 5%를 못 넘는다. 이런 사람을 왜 오너라고 불러야 하나? 이 걸 인정하는 건 자본주의사회를 모르는 인간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처벌까지 불투명해질 수가 있습니다. 이미 할아버지 이병철과 아버지 이건희 사건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병철 회장은 5.16쿠데타 이후 '부정 축재자 1호'로 지목됐지만, 공장을 지어 주식을 헌납하면서 감옥을 가지 않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100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고작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만 선고받았습니다. 전직 대통령들도 구속됐었지만, 삼성가 총수들은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무법지대'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삼성의 나라에서 왔다고 소개할 때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난처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부정을 하자니, 국내에서도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쓸 정도이니 '삼성의 나라'라는 말도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또 한국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과 교회가 자주 등장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이게 설명하기에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을 하지 않으려니 그 기업의 '유명세'에 의존해서 내가 나고 자란 나라가 설명되는 것 같아서 찜찜하고 불편했다. 이 회사에서 노동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이 있고,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부패 및 경제문제들이 이 회사와 같은 재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다.
삼성의 성공한 프레임 전략은 따로 있다. 합병 반대가 무조건 합병 부결처럼 보이게 만들었단 점이다. 엘리엇과 소액주주들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무조건 반대한 게 아니었다. 합병은 찬성하지만 합병 비율이 문제였다. 1대 0.35라는 합병 비율은 누가봐도 불합리했다. 실제로 7월 17일 주총장에서 몇몇 소액 주주가 투표 전 발언을 통해 합병 비율을 재조정해서 합병안을 재상정하자고 요구했다. 삼성 입장에선 아니될 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통용되는 지금도 여전히 삼성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건희 일가가,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좋은 징조다. 흔히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권력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세습되는 비선출권력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는 달리 메르스 사태에 대해 일절 본인의 책임을 인정한 바 없다. 대국민 사과도 물론 없다. 박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인데다 메르스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도 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