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가 끝난 뒤, 그들은 다같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밤 11시가 되기 전 대부분은 흩어졌다. 각자의 깃발을 들고, 각자의 분노를 여전히 안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들은 무엇을 새로 얻게 됐을까? "대통령이 바뀌면 이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믿으세요?" 낮에는 한 기업의 신입사원이고 밤에는 그림작가로 활동하는 정채리(26)씨는 이렇게 답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희망이 생겼어요. 올바르지 않은 일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이 나라가 꼭 헬조선인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를 긍정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해리포터연합이 이뤄낸 대표적인 활동 사례는 워너 브라더스 사를 상대로 한 것입니다. 해리포터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한 워너 브라더스 사는 작품에 등장하는 '개구리 초콜릿'을 본딴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문제는 초콜릿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를 만들기 위해 제3세계의 노동자들 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들이 가혹한 노동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고, 워너 브라더스 사가 만드는 개구리 초콜릿 역시 그러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해리포터연합의 회원들은 무려 4년 동안 끈질기게 공정무역인증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이어갔습니다.
나는 묻고 또 물었다. 정말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표면적으로 제러미를 화나게 만드는 질서는 '자기들끼리만 잘난'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들과 주류 언론이었다. 잘난 척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도 그의 화를 돋우었다. 그 내용은 자유와 평화의 가치, 세계화의 미덕, 반인종주의와 페미니즘 같은 쓸모없는 것들(bullshit)로 채워져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