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여성폭력을 대하는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기자는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자연인, 직업인, 시민 등 인간이 가지는 모든 정체성을 함께 가진다. 다만 때로 상황에 따라서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다른 정체성이 부딪치기도 하며,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뿐이다. 이 경우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범죄 정보를 입수하고 이것을 신고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이다. 이때 신고해야 한다는 시민의 입장과 취재해야 한다는 기자의 입장이 상충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신고를 했건 국민들은 그녀가 체포되는 현장에 대한 "알 권리"가 있다. 현장에 기자가 있었다. 기자가 잠시 한 눈을 팔고 딴청을 피우지 않는 한 체포 현장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충분히 충족될 수 있고, 충족되어야 한다.
정유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JTBC 기자는 현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체포되는 장면을 촬영해서 보도한 것은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기자이기에 앞서 하나의 시민이고, 그의 신고는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개인의 결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 그게 보도윤리다. 그런 게 2017년 언론계에 남아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