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길 반대편에서 검은색 차우차우가 주인과 함께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차우차우의 주인인 남자가 '천천히, 천천히...'라고 개에게 속삭이는 것을 보니 다른 개를 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듯해서 얼른 지나가려고 줄을 다잡는 순간, 1초 만에 차우차우는 '으르렁' 소리를 냈고, 주인은 즉각 줄을 당겨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발밑을 내려다보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는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밴조의 귀는 반 이상이 사라져버렸고, 귀가 있던 자리에서는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08년, 영국에서는 반려동물 대여업이 '동물 소유권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법으로 금지되었다. 같은 해 미국 보스턴 시의회에서도 동물 대여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이어 메사추세스 주에서도 '동물을 일회용으로 취급하도록 조장한다'는 근거를 들어 동물대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반려동물 대여업'은 이제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물을 영구적으로 입양한 경우에도 반려동물이 한 가정에 적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며칠 간격으로 바뀌는 환경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살다가, 다시 업체로 돌려보내지면 다음 '손님'을 받을 때까지 케이지에 갇히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동물에게 얼마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것인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