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소속병원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보내드렸을 뿐,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강신명과 구은수는 공직생활에 아무런 흠결 없이 명예롭게 퇴임했고, 나머지 살인경찰 일당도 징계는커녕 무려 승진을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인을 해놓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니, 범죄자 친화적인 국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박근혜도 탄핵됐고,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밑에서 살인을 저지른 강신명의 구속영장도 청구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해본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듯, 나와 우리 가족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것이다.
심지어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극우단체마저 등장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직격당해 의식을 잃던 순간 현장에 있던 빨간 우비 차림의 남성이 백씨를 타살한 의혹이 있으니 이를 규명해달라는 수사의뢰서를 경찰에 제출한 단체들도 나타났다. 어쩌다 한국사회가 이 지경까지 추락했을까? 진보는 고사하고, 민주는 고사하고, 상식은 고사하고, 인륜조차 사치인 사회가 되었을까?
백선하의 주장인 즉 백남기 농민이 급성 신부전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했는데, 급성 신부전을 막기 위해서는 체외투석치료를 했어야 했는데 이를 못하게 유족들이 말려서 백남기 농민이 충분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기 때문에 병사라는 것이다. 백선하의 논리대로 하면 총에 맞아 죽어도, 칼에 찔려 죽어도, 차에 치어 죽어도, 물에 빠져 죽어도, 독극물에 의해 죽어도 최선(?)의 연명치료가 없었으면 모두 병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연명치료에 동의하지 않은 유족들이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