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박민규가 말한 대로 '사건'이 더 정확하다)에 대해 감상이든, 생각이든 뭐라도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나 파울로 코엘료처럼 순문학임을 자청하는 저열한 작가들에 비하면 제임스 엘로이나 로렌스 블록이 훨씬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비슷한 위치에 있는 두 개의 산이 같은 땅덩이로 이어져 있다 해도 둘은 결국 다른 산이다. 마찬가지로 추리 소설과 순문학 역시 양쪽 모두에서 정수의 근처에도 못 가본 어설픈 작가들 때문에 경계가 잠시 흐려 보일 수는 있겠으나, 엄연히 다른 산이 아닐까?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문학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 봉우리의 높이가 꽤 차이 나는 것 역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