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감동받았던 지난해 그 연설이다
이곳 '비치헤드'(Beachy Head)라는 바닷가 하얀 절벽 위에는 2차대전 참전 공군을 기념하는 비석이 있다. 돌에 새겨진 헌정사엔 이렇게 적혀 있다. "많은 이에게 비치헤드는 그들이 본 영국의 마지막 풍경이 되었다." 바람 부는 절벽 위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보고 있는 이 절벽을 본 후 다시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상상했다. 마지막 줄은 이렇게 끝난다. "그들을 기억하라"(Remember them). '그들을' 기억하라고 했다. 그들의 희생, 그들의 용맹함, 그들의 충성, 그들의 '무엇'이 아닌. 무엇을 기억할지는 기억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와 내가 만나는 지점이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를 터이니.
대통령이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함께 기리고 싶다"며 박관현, 표정두, 조성만을 불렀다. 그리고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을 불렀다. 5.18 37주년 기념식장에 참석했던 나는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29년 만이었다. 세상에, 별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내 동생, 박래전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불러주다니....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다. 누군가가 불러주는 일이 이토록 감격스러울 수 있다니, 나도 별 수 없이 유가족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