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역사적인 재판이었다.
만약 그런 게 존재한다면.
이 땅의 많은 지식인이 권력의 후광을 빛내는 장식적 역할을 자임해 온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갈고닦은'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정치 일선에 뛰어들 필요는 없을 터인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기어이 벼슬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결과는? 저마다 출사의 변은 거창할지언정 번번이 소리 없는 불명예 퇴진을 하기 일쑤다. 파우스트의 일탈은 인식적 탐구를 끝까지 밀어붙인 후 도달한 절망적 탄식과 더불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