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좋은 것을 왜 다른 나라 국민들도 좋아하게 해야 하는가?" 신종 문화제국주의의 발로가 아니라면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인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럴듯한 명분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한류문화의 전파를 통해 우리의 상품을 팔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를 올리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그 점에서 한 가지 묻고 싶다. 일본 정부가 자동차를 팔기 위해 스시 한 조각을 우리 입에 물려준 적이 있었나?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을 팔기 위해 그 흔한 햄버거 한 조각을 우리 손에 쥐어준 적이 있었던가?
2013년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이 정권이 문화가 중요한 줄은 아는구나. 1기 위원장으로 김동호씨가 내정되었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1기 24명의 위원 중에는 현재 언론에서 속속 비리의 정황을 보도하고 있는 주요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차은택이 숨어 있다. 나는 오늘에서야 문화융성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서 지난 3년의 문화예술정책이 예술인 전체를 농락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힘 없는 신진 예술가들의 지원금 수백만원을 외면하고 힘 센 예술인에게 권력을 선사한 문/화/융/해/위/원/회.
차은택은 한때 뮤직비디오의 모든 것이었다. 그의 이름에서 '미르재단'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뮤직비디오들을 한 번 떠올려보시라. 1999년 모든 뮤직비디오 상을 독식하다시피 했던 이승환의 '당부'. 양조위와 전도연과 류승범이 소매치기로 등장한 '더 네임'(The Name), 장진과 김현주가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 그가 박근혜 정부 아래서 맡은 직책들을 보라. 인천아시안게임 영상감독, 밀라노 엑스포 전시관 영상감독, 창조경제추진단장,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개 같은 세상'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모르겠지만 '개들의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니 인격장애와 이로 인한 폭력성이 보다 폭넓게 '개들의 세상'에 침투해 있다. '개들의 세상'은 '개 같은 세상'을 극적으로 조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개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면 '개 같은 세상'이 얼마나 일상적인 폭력의 세계에 잠식되어 있는지를 확인케 한다. 생명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인간에 의한 폭력성은 개들을 '개 같지 않은 세상'에 가둬두고 있다. 개뿐만 아니라 동물 전반에 대한 학대행위와 생명경시는 식육을 목적으로 하든, 반려를 목적으로 하든 구분 없이 이뤄진다.
조영남의 대작 문제를 미학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뒤따른다. 실제로 조영남을 앤디 워홀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과장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앤디 워홀은 스스로 전형적인 예술가의 창작행위를 표방하기보단 오히려 산업디자이너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디자이너의 창작행위는 근본적으로 설계자로서의 역할로 충족된다.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품을 공장에서 생산하듯 제작했다. 조영남의 대작행위가 비공개적인 반면 앤디 워홀이 공개적이었다는 평가는 그런 점에서 일리가 있다.
문화가 시장의 경제적 효율성에 종속됨으로서 일반 시민은 자율적인 문화생산의 기회가 단절 되고 단지 시장의존적인 소비자로 남게 되었다. 일부 '문화체험' 또는 '여가문화생활'이란 명분으로 직접적인 생산과정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일회성이 짙은 가운데 시장 논리에 지배되어 문화향유를 통한 내면적 성숙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전문적인 문화생산자조차도 문화의 효용가치가 시장의 경제적 효율성에 종속되어 있어 창작의 자율성 확보가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모든 노동자가 예술가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윌리암 모리스의 이상은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꿈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여전히 크다. 모든 노동자가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자율성에 기초한 삶의 보장을 의미한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전국 각지의 공연장에서 무료로 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지요.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공연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전수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의 선택지는 독주와 앙상블로 세분화 되었는데, 과일가게(기악)에서 유독 망고(타악)를 독립(혹은 강조)시켜 묻고는 다음과 같은 설문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악독주(10%), 기악앙상블(29%), 성악독창(11%), 성악합창(19%), 타악독주(6%), 타악앙상블(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