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난쏘공' 개정판 서문 中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고찰하는 에세이& 첨예한 문제의식과 밀도 높은 서사가 돋보이는 소설집
고인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다.
증언되고 재현되지 못한 역사의 시간이 있는 한 그 연속의 계기는 끝없이 상상되고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허니 바케쓰'(honey bucket, 수용소에서 똥통을 부르던 말)에 수시로 사람들의 잘린 팔, 다리, 머리가 담겨 버려진 역사의 시간이 남아 있는 한,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존자의 다음과 같은 질문 역시 계속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가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과연 우리는 그 행동을 책임져야 하는가."
망인이 친일행위를 거부하였을 경우 정상적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였다면, 그의 친일행위를 자발적 친일행위로 간주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가인 망인으로서는 국가도 유지하지 못하는 관념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사업을 반드시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망인이 자신의 직업인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비유컨대 일제에 곡식을 공출 당하는 것이 친일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농업을 그만둔 농민이 있었다면, 그는 대한민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아 마땅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농부가 계속 농업에 종사했다고 하여서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은 종사하는 직업이 공업이든 상업 또는 교육이나 기업 활동이라 해서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