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은 이제 어떤 이에게는 면죄부가 됐다. 아버지의 짐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고달픈 '한국 남성'의 삶을 스스로 연민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이해해줄 생각이 없는 '한국 여성'들을 조금 더 맘 편히 비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는 동안 오늘도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같은 차별을 겪어야 한다.
생각보다 높은 수위의 발언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이들이 여성혐오자들과 똑같이 응수한다고 우려했다. 여성들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갤러'들은 진지하기보다는 유쾌했다. 살면서 한번쯤 들어왔던 말들을 뒤집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광대가 양반을 놀려대는 것'을 혐오라 할 수 없듯이 차별받아온 그 사람들이 차별 발언의 주체를 '놀려댄다'고 해서 이걸 곧바로 혐오라고 할 수 없다. 이건 희화이며 풍자에 가깝다. 개그콘서트에서 여성이나 장애인을 놀리면 문제가 돼야 하지만 정치인을 놀리면 풍자로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