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여자 승무원에게는 치마만 지급한다. 짧은 머리 안 된다. 안경도 쓰면 안 된다. 매니큐어는 무조건 발라야 한다. 남자들은 신체 치수에 따라 유니폼을 맞춰주지만, 여자는 55·66 중 무조건 골라 입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비행기를 탔을 때, 나는 돋보기안경을 목에 걸치고 있는 여자승무원, 음식을 제공하는 40~50세를 훌쩍 넘은 남자/여자 승무원, 소위 '날씬한' 몸매가 아닌 다양한 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여자 승무원들, 다양한 형태의 머리모양을 한 승무원들을 보는 것이 흐뭇했다. 그런데 한국행 비행기를 타니, 전혀 다른 세계이다. 승객을 서브하는 승무원들은 너무나 유사한 나이, 몸매, 헤어스타일, 말투와 자세를 지니고 있어서, 개별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은 획일성으로 감추어져 있고, 마치 서로 복제된 인형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