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트맨 시리즈에도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가 출몰하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인 『배트맨: 가스등 아래의 고담』 등의 작품이 있고, 시대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코스튬도 인기가 있긴 하지만, 19세기 영국에는 정말로 배트맨과 비슷한 '공포의 존재'에 관한 도시 전설이 하나 있었다. 그 주인공은 19세기 영국 엄마들이 아이가 울면 "그렇게 울면 밤에 스프링힐드 잭이 와서 잡아간다!"라면서 겁을 주었을 정도로 유명했던 '스프링힐드 잭'이었다.
한국의 배트맨 만화 팬이라면 익히 들어보았을 작품이 있다. 국내에 최초로 정식 출간된 배트맨 그래픽 노블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악십', '악멘'(악십+아멘)이라는 약어로 더 유명한 『배트맨: 악마의 십자가』이다. 제목 그대로 이 이야기에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능력 없는 인간이 범죄자들과 벌이는 전쟁이라는 배트맨 스토리에 익숙한 팬이라면 왜 이런 황당한 설정으로 배트맨의 사실성을 망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75년을 넘는 긴 역사에서 악령,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다루어진 초자연적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는 배트맨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다.
배트맨 세계에서도 정확히 1,000년 뒤의 미래에서 이 시대를 찾아오는 특별한 인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브레인 테일러. 그는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배트맨의 활약상을 연구한 후 조카와 함께 수련하여 31세기 미래 버전의 배트맨과 로빈이 되어서 그 시대의 악한 과학자에 맞서 싸운다. 1951년 《배트맨》 67호에서 테일러는 2051년의 미래에서 타임캡슐을 타고 처음으로 등장한다. 미래의 로빈이 부상을 입는 바람에 그를 대신해 과거의 로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었다. 미래의 배트맨은 1955년 《디텍티브 코믹스》 216호에서 또 한 번 등장한다. 이번에는 과거의 배트맨이 부상을 입으면서 3055년의 미래에서 테일러를 불러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