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매명"
고인은 24일 사망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지인이 결혼했다. 열살이 된 딸이 있는 여성이었다. 시가 쪽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린 딸은 예식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일가친척, 신랑 친구들, 신부 친구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딸은 예식장 문 바깥에서 어머니의 하루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기독교의 역사는 '정통'에 의한 '이단 박해'의 역사이기도 하다. '정통(orthodoxy)'은 '올바른/곧은'의 의미를 담고 있고, '이단 (heresy)'은 '선택' 또는 '의도적 결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때 여성설교 허용, 여성안수 지지, 노예제도 반대, 다른인종간 결혼 지지 등이 '이단'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여성안수 지지가 교회의 '정통'교리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기독교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현대 기독교 안에 가장 커다란 논쟁이 되는 세 가지 주제를 들자면 인공유산, 여성안수, 그리고 동성애 문제이다. 이 세 가지 문제가 각기 다른 것 같지만, 사실상 그 인식론적 뿌리에는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가 버티고 있다.
한국의 기독인들은 '이단'이 됨으로써 예수의 가르침을 비로소 실천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예수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걸 기억하는 건 의미가 있다. 물론 산업 자본주의가 부상한 19세기보다 훨씬 예전에 태어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급진적인 사상은 여러 자본주의 비판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중에는 저명한 사회주의자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있다. 지난주 교황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극단주의적 폭력이 '돈의 신' 때문이라고 했다. 무자비한 전세계 경제가 소외된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몬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제에서 운이 크게 작용하는 까닭은 최초 몇몇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후의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최초의 소비자들이 마음에 들어 하고 입소문을 좋게 내주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 입소문이 누적되면서 다른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작은 차이였던 것이 점점 커져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마태효과(Matthew Effect)라고 한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마태복음 25장의 구절을 빗댄 것이다.
'성소수자,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간단하다. 예수는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누군가를 그렇게 혐오하고 정죄하는 것을 주저함 없이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회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다.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주교는 '나는 동성 혐오적 천당에 가기를 거부하겠다. 나는 신이 만약 동성애를 혐오한다면 그러한 신을 예배하지 않겠다'라면서, 동성애 혐오에 저항하고 싸우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여 싸우는 것과 동일한 차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께서 황송하게도 여관도 구하지 못하여 무려 (말)구유에 강보로 싸인 채로 뉘었다는 얘기는 누가복음에만 기술되어 있다. 정말 "책 읽기는 상황 읽기"인지 중동에서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고 특히나 가련한 어린이들의 가슴 아픈 소식들을 올해 뉴스에서 많이 접해서인지 아기 예수도 모든 속주민들은 등록하라는, 황제의 지엄한 명에 따라야만 하는 부모 탓에 아빠의 조상이 살던 곳이라지만 여관에 자리도 못 구하고 구유에서 태어나셨다는 모습이 참 이 분은 나실 때부터 정말 낮은 곳으로 임하신 분이구나 하는 전율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타는 미국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우리에게는 덜 알려진 곳이지만, 알면 알수록 참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구세주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간다'고 가르치는 다른 기독교 종파들과 달리, '살아생전에 자신이 행한 행동'을 중요시하는 교리 덕분인지 이곳은 미국의 다른 곳에 비해 범죄율도 현저히 낮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솔트레이크시티에 머무는 동안 나는 종종 늦게까지 홀로 쏘다니다가 밤 10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가곤 했는데, 여자 혼자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도시는 미국 내에서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6월 13일로 계획돼 있던 퀴어 퍼레이드 일정이 28일로 미뤄졌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들이 행사가 예정된 대학로 부근에 집회신고를 먼저 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퀴어 퍼레이드는 '금지 통고' 되었다. 퀴어 퍼레이드 개최에 난항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에는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는 스스로 성소수자들에게 '천국의 자격'을 부여했다. 예수가 진노했던 제사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