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결정적인 순간 어떻게 행동했을까?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최후를 맞는 영화 속 선장이 될 수는 없다면, 나보다 승객 목숨을 먼저 생각해 탈출시키는 영웅적 선원이 될 수는 없다면, 최소한 희박한 확률의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이익을 희생하도록 만드는 사장이나 직원은 될 수 있었을까? 그것조차도 쉽지는 않았으리라는 게 나의 솔직하고 좌절스러운 답이었다.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먹고사니즘'이다. 안전이나 직업윤리보다는 속도와 회사 이익과 생존이라는 가치에 우선순위가 있다. 이를 거슬러 행동하려면 영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순응해도 문제는 있다. 운이 없으면 대형사고를 만나 순식간에 악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