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 등 여성계의 주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에 훌륭한 삶을 산 지식인이 말년에 이르러 당혹스러운 주장으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를 이따금 보게 됩니다.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리영희 선생의 절필 선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선생이 훌륭하니 그대로 따르라고만 한다면, 보통 사람에겐 비현실적인 조언이겠지요. 마치 어설프게 쓰인 위인전처럼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 김대중의 지론이다. 문재인의 서생적 문제의식은 치열하다. 상인적 현실감각도 대통령 취임 이후 진화 중이다.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고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주요국에 신속하게 특사를 보내 외교 공백을 메웠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핵과 관련해 "평화" 언급을 처음으로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박근혜 경제 과외교사였던 김광두 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망인이 친일행위를 거부하였을 경우 정상적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였다면, 그의 친일행위를 자발적 친일행위로 간주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가인 망인으로서는 국가도 유지하지 못하는 관념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사업을 반드시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망인이 자신의 직업인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비유컨대 일제에 곡식을 공출 당하는 것이 친일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농업을 그만둔 농민이 있었다면, 그는 대한민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아 마땅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농부가 계속 농업에 종사했다고 하여서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은 종사하는 직업이 공업이든 상업 또는 교육이나 기업 활동이라 해서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믿습니다.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지겹게도 보아 온, 정치공학적인 이른바 단일화 논란, 사표(死票)논란은 이제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 이번 총선에서의 민심이 부정확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것이 아니라 투표를 통하여 제대로 확인되었듯이, 대선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첫 번째 라운드의 투표에서 어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는 후보인지 유권자들의 직접 선택에 의하여 그야말로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1위 및 2위 후보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인은 자동으로 두 번째 라운드의 투표지에 이름을 올릴 자격을 상실하게 되니 이 얼마나 깔끔한가!
"엄마 세대는 뭔가 성취를 해본 세대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성취의 기억을 갖지 못한 우리 세대(20~30대)는 그런 말들이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해. 우리 세대가 경제성장도 이루고 민주주의가 진전하는 모습을 본 것과 달리, 경제도 민주주의도 퇴행하는 모습만 본 지금의 20~30대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낯설다고도 했었지?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간절한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분명해. 그러니 희망이란 단어가 낯설다는 너희 세대들도 이제는 변화를 만들어내본 경험을 가지고 다시 새로운 변화를 견인해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학문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소신을 지킨 교수들이 정치권이나 관계로 들어가 제대로 일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폴리페서는 평상시 학문적 업적도 보잘 것 없고, 소신이나 비전도 볼 것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이런 인물들이 국정에 참여했을 때 성공하기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한번도 남의 밑에 가서 돈을 벌어본 적이 없고, 조직을 관리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현실에 적합한지 실험해 본 적이 없다. 이들이 한 나라의 최고위직 관직에 진출해 무언가를 이루어내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 중 요행이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계속 해서 떠오른 단어는 '번신(飜身)'이라는 말이다. '번신'은 리영희 교수가 중국 혁명 당시에 한 마을의 농민들이 자신들을 속박하던 봉건적 굴레들을 자각하고 이를 떨쳐 내는 과정을 그린 서구 작가의 동명의 책을 소개하며 쓴 말로 기억한다. 이 영화는 돈 버는 일밖에 모르던(그러나 오로지 합법적인 수단만 사용해서 열심히 일해서 벌던) 변호사가 1980년대 폭압적인 전두환 군사독재가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일상마저 무참히 유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성실함으로 이에 맞서 싸우면서 '번신'하는 과정을 그렸다.
박정희는 쿠데타를 하면서 이른바 '혁명공약'을 발표했고 그 마지막에서 참신한 민간 정치인에게 정부를 이양하고 자신들은 군으로 복귀하겠다는 취지로 천명했었다. 그러나 박정희는 최종적으로 스스로 군복을 벗고 직접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이런 약속을 어겼고("이 땅에 나같은 불행한 군인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드립을 전역식에서 치더니만 뒤로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키웠;;) 군정 3년 간에도 여러 번 약속을 번복했다. 정부의 발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풍조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 것에는 박정희의 이러한 민정이양/군정연장 공약의 잦은 번복이(이승만의 서울사수 녹음방송과 함께)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적 느낌이고 이게 박정희의 가장 큰 적폐; 중 하나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