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지능적인 상습범이다
그가 유교적 여성관의 특징이라고 지적하는 사항들은 너무나 크고 광범위해서, 그냥 우리가 (최근의 유행을 따라) "여성혐오"라고 부르는 것들의 사례를 모아놓은 것과 차이가 없다. 여성주의 및 여성혐오에 관해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항의 대부분이 특별히 "유교적"이라기보단 대부분의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다른 문화권 혹은 다른 포르노 문화의 여성관과 "유교적" 여성관의 유의미한 차이를 짚어내지 않는 한 필자가 주장하는 "유교적 여성관"이 딱히 유교적일 이유도, 따라서 K-POP이 딱히 "신유교주의적 포르노"일 이유도 없다.
나는 솔직히, 이 노래에서 불결하고 음탕한 성적인 코드를 발견하고 이를 응징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건전한 사회에서, 어째 소라넷은 폐쇄도 안되고 잘만 번성하는지, 네 살짜리 꼬마들 군대 보내서 울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왜 절찬 방영 중인지, 롤리타 컴플렉스를 저언혀 숨기지도 않는 교복 입은 언니들 반 누드 사진전은 왜 이리 절찬리 호평인지 모르겠다. 거의 빤쮸만 입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는 십대 걸그룹까지 이야기가 갈 것도 없고 말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이 떠들썩한 반응이 사실은 타격 대상이 어린-젊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만만하고, 이리저리 해도 욕할 거 많고.
일본 엔터테인먼트업계를 장악한 국민 아이돌 AKB48의 전략 하나는 팬 투표에서 1등을 한 멤버를 센터에 세워 싱글을 내는 것이다. 응원하는 멤버에 이입하여 함께 성장해가는 시스템이지만 대신 팬은 음반을 많이 사서 투표권을 확보해야 한다. 놀라운 상술이지만 꿈을 사는 대가로 돈을 내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 수십 명의 멤버들 사이에서 누구는 얼굴, 누구는 노래, 누구는 개그, 누구는 성실함 등으로 자신의 장기를 내세워 인기를 끄는 그것이야말로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나 파울로 코엘료처럼 순문학임을 자청하는 저열한 작가들에 비하면 제임스 엘로이나 로렌스 블록이 훨씬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비슷한 위치에 있는 두 개의 산이 같은 땅덩이로 이어져 있다 해도 둘은 결국 다른 산이다. 마찬가지로 추리 소설과 순문학 역시 양쪽 모두에서 정수의 근처에도 못 가본 어설픈 작가들 때문에 경계가 잠시 흐려 보일 수는 있겠으나, 엄연히 다른 산이 아닐까?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문학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 봉우리의 높이가 꽤 차이 나는 것 역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