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이라 감격스러웠는지” - 정준하
학교폭력은 계급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모순들의 축약판
구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이 올라오자 세계 각국에서 악플이 쏟아졌다.
어느 날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돌아오더니 물 반 그릇을 쉬지 않고 벌컥벌컥 마셔댔다. 나는 얘가 어떤 모험을 겪고 왔는지 너무 궁금해서, 티거가 물을 다 마신 뒤 "이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나?"라며 긴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은 베란다에 나갔다가 몇 집 건너 있는 한옥 지붕을 천천히 타고 올라가는 티거를 보았다. "티거야!" 불렀더니 녀석은 나를 쓱 돌아보고는 보란 듯이 지붕 꼭대기를 훌쩍 뛰어넘어 사라져버렸다. 왜인지 나는 그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밥과 물과 따뜻한 잠자리가 있는 집을 두고 모험을 찾아 유유히 기와지붕 너머 파란 하늘 쪽으로 사라지던 티거의 모습. 거기엔 경쾌한 박력 같은 게 있었다. 티거는 행복해 보였다.
책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은둔자에게 좋은 방어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직장의 사무실에서 고개만 들면 직장상사와 눈이 마주치는 최악의 입지를 가진 사람에게 권한다. 책상 위에 책장이나 선반이 있다면 좋겠다. 고개를 들어도 상사와 눈이 마주치지 않는 높이로 책을 쌓아두면 여러 가지 이득이 생긴다. 책의 장르도 중요하다. 제목만 봐도 책의 내용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고전이 좋겠다. 그래야 무슨 책이냐며 당신의 자리에 일부러 다가와 책을 펼쳐서 당신의 평화를 방해하지 않고 당신이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