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송중기 주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장르는 스릴러다.
홍봉한은 정작 사도세자가 죄인으로 죽고나서 그 아들인 세손 정조의 왕위계승도 위태로워졌을 때 외손자인 세손을 구출하기 위해서 나선 걸 보면 괜시리 홍봉한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딸을 과부로 만들고 외손자가 아비 없이 커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었다ㅠㅠ 과부조차도 개가(改嫁)를 못하는 성리학 탈레반 사대부가 지배계급인 조선시대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세자빈이 세자 사후 개가라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위를 구하려고 나섰다간 집안이 망했을 거고 그 잘난 사위 따라다니다가 소속 당파가 폭싹 망할 지경이었으니;; 홍봉한 이 양반 눈물을 머금고 사위를 버리고 딸하고 외손자랑 집안을 구하는 대규모 사석(捨石) 작전을 쓴 게 아닐까?
이준익 감독의 '사도'를 봤다. 영조로 분한 송강호를 보는 건 진정 경이로운 일이었다. 콤플렉스의 화신이자 힘센 신하들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계몽군주 영조로 분한 송강호의 연기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경지다. 불혹이 넘어 얻은 아들에 대한 너무나 큰 기대와 사랑이, 실망과 미움으로 바뀌는 과정을 송강호는 마치 영조의 환생인 듯 보여준다. 어긋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
임오화변은 결코 평범한 처형이 아니다.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상자 안에 넣고 말려죽인 사건이다. 평범한 아버지는 평범한 아들을 이렇게 죽이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비정상적인 잔혹행위가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도>는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건 이 영화가 '정통사극'이긴 해도 많은 부분이 잘려나간, 일종의 예술적으로 검열된 버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해 가능한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이야기는 뒤주에서 끝날 수 없다. 이건 잘못된 방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