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윤씨에 대해 가타부타할 자격 조차 없는 몸이다"라고 말했다.
수려한 채색과 친숙한 도상을 뒤집어쓰고 관객의 호응을 받는 MBW류의 대중미술 전시에 나는 왜 인색한 평점을 주려 할까.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블록버스터 미술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관객 눈높이에 맞추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 관객을 알량한 왕 대접 해준 대가로, 이런 영화와 미술 전시는 거금을 벌어들인다. 상업적 대박을 꼭 비난의 이유인 양 지목할 순 없을 게다. 여기에 블록버스터 영화와 블록버스터 미술 간의 미묘한 차이점이 발생한다. 블록버스터 미술 전시는 주류 미술을 향한 대중의 위화감을 자극해서 반사이익을 얻는다.
내가 평소 그토록 혐오했던 조영남의 전매특허가 대중추수주의였는데, 이제는 그를 비난하는 자들이 고스란히 그의 장기를 반격의 칼로 빼들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대중추수주의는 대중추수주의로 흥하다가 대중추수주의로 망한다. 미술계의 절대 다수가 홀로 작업을 감당한다는 건, '관행'을 두둔한 나 같은 평론가도 잘 안다. 그럼에도 왜 나는 '관행'을 계속 두둔할까? 동시대미술은 '미술'이라는 동일한 자장 안에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제작 방식으로 구현된다. 홀로 작업하는 이가 절대 다수라는 현실로 인해 100명을 고용한 공장형 작가의 존재감이 평가절하되지 않는 것도 이런 다양성을 미술계가 시인하고 수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