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립대 총장들 ‘자율 조정’ 건의 수용.
정부는 수험생들에게 수능 응시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성적 통지일은 12월 23일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 발표문에는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럴 경우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고교 교사와 대학 당국, 학부모는 서로 입장이 크게 다르다. 고교 교사들은 교육적 의미를 우선시하며 특히 수업 파행을 막기를 원한다. 학부모는 자기 자녀의 대학진학 유불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은 어떤가? 특히 상위권 대학은 학교교육이나 학생들의 건강이 어떻게 되든 변별력을 최우선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대입전형의 3주체들 간에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에서는 이런 프로세스를 밟지 않는다.
배점으로 보면 수학과 국어가 매우 중요해진다. 탐구과목은 점수 따기에 더 유리한 과목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전형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 특히 수학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나서 대학이나 사회에 나와 가장 쓸모가 적은 과목이 수학이란 점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소 알고 있다. 이런 과목으로 학생을 변별한다는 것은 수학에 있어 선천적으로 약한 머리를 타고 났거나 기초를 놓친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꺾고 진학을 얼마나 왜곡시키게 될지 생각해보라. 이는 너무나 불공정한 일이다.
많은 관객들이 영상 속 조문객의 오열을 보며 영화관이라는 장소성을 망각한 채 오열하는 자신을 마주한다. 이 순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애도는 특이하게도 떠나간 대상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 분노와 슬픔으로 항의했음에도 억압당해온 가치들과, 선과 정의가 배반당하는 우리의 아픔에 오불관언했던 세력을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촛불혁명'은 표면적으로는 정권교체로써 완수된 듯하지만 사실 감정은 정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두개의 애도가 완수되어야 마음 깊숙이 고인 멜랑꼴리와 결별하고 건강한 정치성을 회복할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입시제도에 영향력이 큰 집단들이 나름의 이유로 수시전형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학이 이 제도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입시에서 막대한 재량권 행사와 불투명성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고려대는 고교등급제를 실행한 것이 들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그 모든 과정이 학생부 위주 전형 안에 녹아든 재량 속에서 은폐되어 버린다. 교사들도 학생부 위주 전형이 마음에 든다.
교육이 여러 가지 분야에서 티핑포인드(tipping point)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교실 내 증가된 학생의 다양성, 학생의 학교교육 불만족도, 상위 20~30%를 위한 교육에 동참하는 저급한 교육 윤리성, 중앙정부의 일방적 통제와 정책의 거듭되는 실패, 교사의 무기력과 교사 공동체의 붕괴, 학교교육의 한계, 지식 전달식 낡은 교수법, 유례없는 복잡성 증가, 학생들의 건강 악화, 높은 사교육 의존의 부정적 영향, 무한 경쟁과 양극화로 특징 지워진 신경제의 한계 등>이라고 생각된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거나 개발하지 못한 채 분노와 열패감을 안고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떠나고/졸업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고교 학생 선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입선발시험 폐지 유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결국 고입체제를 전면적으로 중학생 학생부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고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사실상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고교판이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크고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중학생의 내신 사교육, 컨설팅사교육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다. 중학교 재학 기간 3년 동안을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교육진보'세력은 '공교육정상화'를 명분으로 대학과 고교 입시에서 학교내신 반영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더 고통스럽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래, 아니 유사 이래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통제적인, 강압적인, 경쟁적인 삶을 살아간 적이 있던가? 그런데도 최근 소위 '진보교육감'들은 고교입학전형에서 중학교 내신 비교과 비중 높이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 중학생의 고통도 고등학생에 이르게 될 것이고 사교육비는 더 증가할 것이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갑부가 자신의 실력을 토대로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관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실력이라고 생각한 상당한 부분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가 모은 재산은 실은 자기 것이 아니라 우연히 자기가 관리하게 된 것이라는 깨달음, 학교가 아이들을 이러한 깨달음을 향해 이끌어갈 때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는 옅어질 것이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사실상 수학 중심의 대입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사실상 수학점수가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교육의 수학 편향도 더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학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특기자전형 외 전 세계에 이런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대입제도 하에서는 수학부진아는 단순한 수학부진아가 아니라, 학습부진아 취급을 당하게 된다. 학생이 수학 외 아무리 다양한, 좋은 재능, 강점이 있어도 수학을 못하면 학습부진아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노력을 통해 계발하지 않으면 실력으로 변화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만일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동기)와 집중력 등도 유전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면 실력의 상당 부분은 결국 타고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최근 진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개인이 타고난 지적, 신체적 능력 등에서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영향을 미치는 집중력, 수면 시간 또한 차이를 보인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대학 마음대로 평가할 수 있다. 고등학교별 차이도 반영할 수 있다. 그럼 특목고, 자사고가 우대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반학교의 수능 대비능력 자체가 떨어져버렸다.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도 있으니까 우리아이들을 좋은 대학 보낸다고 얘길 한다. 어떻게? 비교과를 부풀려서. 비교과를 잘 써서. 그 과정은 아이들 능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부모와 선생님이 나서서 학생부 잘 꾸며주고, 사교육 도움 받으면 얼마든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대입에서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 가장 심각한 장애는 그렇게 어렵고 의견이 분분하니 고치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의견과 심리다. 이러한 의견과 심리는 정부와 대학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클 때 더 커진다. 하지만, 고치지 않으면, 이대로 그냥 두면 문제는 지속될 뿐이다. 아니 더 악화될 것이다. 대입경쟁 자체가 문제니까 대입경쟁을 아예 없애거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문제도 쉽게쉽게 만들고, 그 내용도 EBS지문에서 가져다(연계) 쓰자는 주장이 있다.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입경쟁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