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나지 않던 국정원의 존재가 대법원장 사찰문건 공개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삐죽 튀어나온 셈이다. 총체적 국기문란 사태에서 국정원이 빠지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014년 1월에 작성된 대법원장 사찰문건은 2012년의 대선댓글개입으로 2013년 내내 검찰수사와 국회특위에 시달렸던 국정원이 2014년에도 여전히 안에서는 딴짓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2014년 2월28일로 끝난 국회특위의 국정원 개혁안이 과연 국정원의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국내정보 수집관행을 바로잡았을지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크고 작은 모든 권력 중에 선출직의 권력만을 민주주의적 1인 1표로 구성하고 교체한다. 다른 권력은 보통사람들의 1인 1표와는 아무 상관없이 성립하고 유지되며 사라진다. 보통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뿐 영향을 받지 않는 권력들이다. 재벌과 사용자의 권력이 그렇고 관료와 검찰, 판사의 권력이 그러하며 학자와 전문가, 문화예술인의 권력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