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완화와 함께 WTO가입을 독려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높이 사지만 핵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을 태세다. 이미 북한은 '핵 포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김정은의 북한은 과거와 분명히 다른 핵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핵전략은 협상보다 핵보유 자체를 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다. 협상에 목을 매는 게 아니라 협상이 없는 동안 오히려 핵능력 고도화와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새로운 대남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경제적 지원 차원의 남북관계가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북한은 남북이 각자도생하자는 이른바 '두개의 조선'(Two Koreas)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북한에 돈을 퍼줬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북송금 특검의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북한에 준 4억 5천만 달러는 현대의 7대 경협사업에 대한 대가였다. 현대는 이를 통해 금강산 관광사업자가 되었고, 개성공단의 주 사업자며 개성관광의 사업자격을 가졌다. 대북송금 특검에서 국정원의 실정법 위반을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송금편의였다. 현대가 거액의 외화를 송금해야 하는데, 외환관리법의 절차를 지키기 어려워서 국정원이 송금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북송금 특검의 기소 내용과 판결 내용을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색깔론을 떠들어도 뭘 좀 알고 했으면 한다.
진짜안보 논쟁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아니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한민국의 포괄적 안보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사드는 북핵을 억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방법의 효용성과 실효성은 국가 이익, 한반도 안정과 평화, 그리고 동북아의 전략적 역학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포괄적 안보관 속에서 논의할 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빨갱이니, 종북이니 색깔론만 들이대는 가짜안보에는 자극적인 언사와 저질스런 몸짓만 난무하지 현상을 타파하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동안 전임 정부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대북 라인 가운데는 살려야 할 라인, 죽여야 할 라인 등이 있었을 것이다. 장단점을 검토하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대처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도 없이 한순간에 대북라인이 무너졌다. 대북 라인에 종사했던 귀중한 자산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통일 문제, 대북 문제, 남북 협력 문제 등을 도모할 수 있는 기초적인 인적 자산들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이후 MB 정부의 대북정책은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쓸데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MB 대통령의 취임식에 북측에서 온 특사가 참석했다면 MB 정부 5년의 남북관계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