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외교술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2008년 금융위기가 증폭시킨 미국패권의 정치경제적 멜트다운(meltdown)의 산물이다. 그에 의해서 미국패권의 외교적 멜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신형 국제관계를 도모하는 중국의 외교적 부상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과의 안보-경제-가치 전략동맹이 해체되고 있다.
말과 속마음이 다를 때 혹은 어떤 언술이 현실과 차이 날 때마다 버저가 울리는 TV 속의 거짓말탐지기처럼 한반도 현실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지난 열흘간 계속 진행되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암묵적 타협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버저가 울렸고, 이른바 '한국 운전석론'은 G20에서 적절한 대북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냉엄한 국제 현실의 벽에 봉착했다. 그 모든 것을 떠나 새 정부에 기대한 관여와 대화로의 물길 트기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당장의 가시권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탄핵으로 박근혜정권의 임기가 사실상 15개월이나 단축된 덕에 본래 박근혜 몫이었던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대법관 2인까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을 진보성향으로 임명하면 대법관도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총12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예정이라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법원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기 때문에 대통령 몫 3인과 여당 몫 1인에 대법원장 몫 3인까지 총7인이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리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진보성향의 사법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김정은의 체제인정욕구를 활용하여 군사적 힘을 경제적 힘으로 사용하는 한에서 리더십과 체제를 인정하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군사적 힘 대신에 경제적 힘으로 살아가도록 '개발독재모델'을 과도기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산업화와 중산층을 촉진했던 '박정희개발독재모델'을 북한에 수출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풍부하게 검토하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남북관계의 큰 변화 없이 이대로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마저 무산된다면, 이 정부하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남북관계의 적대와 대립 정도는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은 인공위성 발사 등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와 과시에 주저 없이 나설 것이고, 미국 주도의 한‧미‧일 군사동맹도 거침없이 확대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영향력은 점점 약화되면서 그에 반비례하여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어갈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동북아전략은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결국 냉전동맹네트워크 부활에 그 본질이 있는데, 한국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등에 업힌 채로 세계를 보고 있다. 미국이 지휘자임이 분명한데도, 미국은 선한 국가이며 우리 편일 것이라는 낙관적 사고만 고집하면서 다양한 외교옵션은 외면한다. 이는 미국만 믿고 대일외교를 끊었던 전략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한데 대북전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