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한 핵실험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다음 두가지이다. 하나는 김정은정권이 북한의 '안전'이 불가역적으로 보장된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에 이를 때까지 계속 핵능력을 강화해나갈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전략적 인내'로 포장된 미국과 한국의 대북 방임정책 혹은 적당히 어르고 달래는 식의 대북정책이 북핵 저지라는 핵심목표 달성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에서 통일부를 무력화시켜가면서 진행되는 청와대 주도의 본질은 국내정치에 대한 고려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 의한 남북관계의 국내정치화가 '전쟁의 정치'와 결합되면 심각한 정치의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쟁의 정치'와 그 언어가 갖는 선동성은 '평화의 정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며, 힘의 우위와 군사적 압박이 주는 달콤함은 군사주의에 대한 모든 제동을 무장해제 시키게 될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극력 경계하는 박근혜 정부가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심리전을 중단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북한군 총참모부가 정한 48시간(22일 오후 5시) 이후의 상황이 심히 근심된다. 김정은이 보인 그간의 행태를 보면 어떤 식이 됐건 북한이 남한의 확성기를 겨냥한 포격 등의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을 하면 군도 반격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