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관세대'. 나는 꼭 그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무례한 이름표다. 국가생산에 도움이 안 되고 권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젊음을 비아냥하려고 만든 이름이 아닌가. '엔(N)포세대'라고도 불린다. 나는 취업 대신 글과 그림으로 노동한다. 결혼 말고 동거한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말고 온전한 주체로 만나기 위해서다.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동거인은 정관수술을 했다. 여성의 피임보다 안전하고 확실하니까. 우리는 취업 결혼 출산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삶을 포기한 적 없다.
Q. 입사 후 10년 동안 회사생활의 시나리오와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를 기술하시오. A. OECD기준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근속년수는 6.4년입니다. 30대 대기업의 근속년수가 9.7년, 중소·중견기업의 평균 근속년수는 2.4년입니다. 자소서 100개 써서 10개 정도 면접 얻어걸리면, 겨우겨우 1개 들어가는 마당에, 10년은 무슨 10년이겠습니까. 굳이 제 직장생활 시나리오를 꼽자면 '다이하드' 정도를 추구하겠습니다.
청년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에는 감수해야 할 현실이 당장 내일의 불똥이다. 정말 다들 포기하면서도 행복할까? 아니 포기한 것은 맞나? 달관이라고? 사실 우리는 '달리던 관성'으로 가고 있는 세대다. 일단 대학까지는 달렸으니까, 일단 취업 준비는 달리고 있으니까. 옆에 애들 다 뛰고 있으니까. 그저 주어진 경쟁에서 아끼고 조르고 달려서 나부터 살고봐야지. 기성세대가 뭐라 말하든 말든, "어차피 헬조선" 자조나 한 번 날려주고 취업 스터디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