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된다!
출근금지를 바라며...
세계 대전 시대의 창작자들이 은퇴하고, 전후 세대 작가들이 만화계로 뛰어들면서 슈퍼 히어로 만화에서 그려지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졌다. 이들 젊은 창작자에게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안긴 대표적인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으로, 워터게이트 사건과 그로 인한 대통령직 사임이 결정적이었다. 슈퍼 히어로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던 세계 최고 대통령의 이미지는 닉슨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이 영화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거의 천번쯤 재생되었을 웨인 부부의 총격사건 같은 걸 보여주는 데에는 아까운 시간을 펑펑 써대면서 정작 필요한 최소한의 컷을 포함시키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런 태도는 액션 시퀀스에서까지 이어진다. 시끄럽고 거대한 건 알겠지만 액션의 합이나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면 사운드를 최대로 켜둔 화면조정시간과 다를 게 없다. 잭 스나이더는 이후 공개될 감독판(확장판)을 기대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감독이 극장 상영판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의 꼴을 제시하지 못하고 "감독판을 기대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영화 「맨 오브 스틸」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만화 속 크립톤의 세계에서는 수많은 조수 로봇이 주인의 활동을 도와 정보를 찾고 일을 한다. 특히 크립톤인들은 고도의 문명에 도달하자 타인과 거의 교류하지 않고 저마다의 '고독의 요새'에 홀로 기거하며 각자의 연구와 과제 등을 수행하는데, 그때 이들 인공지능 로봇들이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조수 자비스처럼 주인의 말상대를 하며 명령들을 수행한다.
『가족의 죽음』에 나오는 조커의 왕실 태피스트리에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작품이 오마쥬되어 있는데, 바로 『배트맨: 웃는 물고기』의 작가 스티브 잉글하트다. 단 여덟 이슈의 이야기로 가장 '완벽한 배트맨'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잉글하트. 그의 이야기는 1970년대 마블의 우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뒤집힌 페이지의 역사는 일명 만화계의 지미 헨드릭스라고 불렸던 작가, 만화 속에 초현실주의와 표현주의, 팝아트, 옵티컬 아트 등 현대 미술의 요소를 적절히 도입하여 미술학도로 하여금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만화에서 찾게 하고, 만화라는 매체의 현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짐 스테랑코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녀 사냥꾼인 나다니엘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은 마녀로 몰아붙여 죽이던 마녀 사냥꾼이었는데, 어느 날 한 소녀를 마녀로 몰아 죽이다가 가문 대대로 저주를 받게 된다. 문제는 시간을 거슬러 가던 웨인이 이 소녀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것. 브루스에게는 나다니엘이 곧 원수가 되는 셈이다. 더구나 후대 웨인 가의 인물들이 나다니엘이라는 인물을 시작으로 해서 저주를 받아 모두 비참하게 죽음을 맞았으니, 고조부 앨런 웨인이 말년에 광인의 차림으로 도시를 돌아다니다 비명횡사한 것도, 브루스 웨인의 부친 토마스 웨인이 강도의 총에 사망한 것도 어찌 보면 나다니엘이 마녀사냥으로 자초한 저주에 원인이 돌아가게 된다.
아들 같은 로빈과 딸 같은 배트걸이 모두 그에게 죽거나 불구가 되었으니 조커를 향한 분노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쌓인 상황. 거기에 어린 시절을 함께한 절친 토머스마저 조커의 손에 죽임을 당하자, 배트맨은 급기야 이 모든 죽음과 불행이 자신의 소극적 대응 때문이라 여기고 마침내 조커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배트맨에게는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으니, '살인하지 말라'. 아무리 악독한 적이라도 자신의 임의가 아니라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불살(不殺)의 신념이었다. 조커는 바로 이 점을 노렸다. 그는 배트맨이 스스로 원칙을 깨고 자멸하게 하는 이 도박에 자신의 목숨마저 미끼로 걸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