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도 (전노민과)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허공을 보면서 대사를 처리했다"
준강간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드러난다
[어떤人터뷰]
국제적 매매혼뿐인가? 내국인 사이의 결혼도 '자유연애'의 이상과 거의 무관한 경제적 거래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제 다반사다. 한국에는 2500개 이상의 결혼정보업체들이 현재 성업 중이며, 한국만큼 결혼업체를 통해서 결혼이 많이 이루어지는 사회도 드물다.
집에선 부모와 자식, 학교에선 선생님과 학생, 사회에선 사장과 부하직원, 성별로는 남자와 여자, 나이로는 어른과 아이의 구도속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권위 있는 사람들의 갑질을 경험한다. 우리는 지위나 나이가 낮다는 이유로 부당하다고 생각한 일을 그냥 참으며 겪어야만 했다.
미국인 1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자의 84%, 여자의 58%가 첫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6개월차 이상 되면 남자의 75%, 여자의 83%가 데이트 비용을 나눠서 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미있는 게 데이트 비용 분담에 대해서 여자의 지지율이 남자보다 높다. 더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음에도 전체 남자의 76%가 여자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단 것이다.
나의 책이 허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협력이나 자발성 자체를 강조해야 했기에 이번 공판은 특별히 마음이 무거운 자리였다. 나의 책은 그런 것을 강조하는 일 자체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의 공방이란 책의 취지를 협애한 것으로 만드는 행위였다. 물론 그것은 내가 시작한 사태는 아니다.
모든 학문은 사실 늘 가설일 뿐이다. 나의 책은 과거 20년 이상 한국사회에서 정착된 '상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책이다. 따라서 나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현재 시점에서 생각한 '나의 진실'일 뿐이다. 공감해 주는 이들이 있을 경우 그 진실 공간이 넓어질 뿐. 검찰은 '가설'로서의 학술서에 대해 '사실'을 적시했다는 전제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설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내가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근본적인 모순, 근본적인 뒤틀림. 학술서를 둘러싼 법정이란 그런 공간이었다.
이 사회 속 인간의 성장은, 부모의 가장 큰 영향력 속에서 결정된다고 믿어지고 이후에는 결혼 유무 및 출산 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평가된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미완의 상태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 결함으로 여겨진다. 나라는 개인은 매번, 아빠의 딸에서 한 남자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이어야만 제 구실을 다하는 듯 설명된다. 채워도 내내 부족한 채로, 미완의 삶을 어떻게든 제도의 틀 속에 완성시켜 보려고 애를 쓴다. 행복은 여기에 없고 저기에 있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 속에, 바라던 상대를 만나 부부가 되었을 때, 아이를 얻었을 때, 보란 듯이 잘 키웠을 때 등등, 아무리 달려도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는 경주와도 같다.
연상호 감독의 존재는 「부산행」에서 괜찮은 오락영화 이상의 것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그의 전작인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는 이제는 거의 모든 예술장르에 걸쳐 희귀해진 리얼리즘의 수작이다. 이 영화에서 판타지를 걷어내면 감독의 전작들과 공명하는 메시지가 추출된다. 회복과 구원의 가능성은 사라졌는데, 우리가 딱히 악해서가 아니라 살려다보니 남과 나를 함께 망가뜨리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영화에는 좀비 장르 전체를 통틀어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닮은 로봇을 만들어 갖고 노는 행위는 괜찮은 걸까? 마가 만든 마크원은 '인격체' 요한슨을 '객체'로 바꿔놓았다. 이는 성의 상품화와는 또다른 차원의 음울하고 비틀어진 미래의 인간관계, 남녀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3D 프린팅 기술 발전으로 요한슨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원치 않는 그들의 '소유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업화하려는 유혹은 결국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