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로 다시 돌아온 나향욱
2016년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파면됐다가 복직된 간부다.
"보도에 위법성이 없다"
직접 합동연설회를 찾아가봤다.
다음 주부터 교육부 산하 기관으로 복귀한다. 다만, 직급은 이전과 좀 다르다.
공문서다
‘파면 취소 소송’에서 승소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탁 행정관을 비난하는 이들은 그가 과거 책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했고, 여성을 비하했으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 말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탁 행정관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들린다. 탁 행정관의 과거 발언이 다소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 않지만 그게 행정관에서 경질할 만한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소셜 미디어나 각종 게시판에서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는데, 그런 논쟁은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기 보단 상대방을 모욕 주고 비방하는 이전투구로 끝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번 탁 행정관 이슈를 매개로 그간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일반인의 선입견, 불신, 오해 등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합리적인 공론의 장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딜브레이커는 조금씩 다르다. 만약 탁현민이 십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했다면, 그리고 그 발언이 공개됐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겐 그게 딜브레이커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단순하다. 탁현민을 실드 치는 사람들에게 여성 비하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 발언만큼의 딜브레이커는 아닌 거다. 그냥 그게 다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 돼지발정제가 딜브레이커가 아니었듯이, 탁 실드러들에겐 그의 발언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닌 거다. 민중은 개돼지라 발언했다가 공직에서 쫓겨나게 된 나향욱이 좋은 예다.
성인이라면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사적인 대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무려 공인인 정당정치인이 자신의 입으로 떠벌렸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감'이다. (동일한 이유로 나는 청와대 행정관 탁씨를 이보다 더한 가장 최악으로 본다. 이쪽은 아예 사적 발언도 아니고 퍼블리싱이다. 여당 지지자이면서 탁씨를 옹호하고 이언주의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사적인 대화니 문제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공인이 아닌 사인이 되어서 사적 대화를 하면 될 일이다. 적어도 이런 것들이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속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가진 것까진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내뱉은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에 실망했기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 중 개인적으로 제일 의미 있는 것은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그 공간에서는 서로에게 너무 친절하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옆 사람의 존재가 소중한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꽤 오래 경험해왔던, 불신과 불안에 휩싸여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거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집회 초기에는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여성혐오적인 발언도 꽤 나왔다. 그러나 여성혐오적인 발언이 나온다는 사실보다 그 발언을 빠르게 비판하고 다시 나오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노동절 집회에 가서 노동자 욕하고, 쌀값투쟁 자리에 가서 농민을 경멸하는 발언을 하는 게 멍청한 짓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금 집회에서 여성 집단에 대한 비하를 너그럽게 용인하자는 주장이 전략적으로 멍청한, 우리 같이 집회 포기하고 자멸하자는 이야기랑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처럼 자명한 사실조차 보지 못하는 이들이 집회에서의 여성혐오를 옹호하며 자신들이 "현실정치"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게 심각한 블랙 코미디라고 느낀다. 유감스럽게도 그 선량한 '진보'들은 현실정치를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그걸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과 지지기반에는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효과가 매우 컸다. 박근혜가 누렸던 박정희 후광효과의 실체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비록 독재는 했지만 경제성장의 성과는 매우 좋았다는 점. 둘째, 비록 후반부에 사생활이 일부 문란하긴 했지만 대체로 공적 소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두 달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간 박근혜가 누렸던, 박정희 후광효과를 산산이 박살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지금 박근혜는 경제성장 성과는 없는데, 독재적 통치를 하는 정권에 다름 아니다. 거기다가 측근과 비선실세로 국정문란을 하되, 오직 '뒷조사'와 '주먹'으로 방어하는 정권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