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다. 나는 국경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서야, 팔다리가 잘려 몸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을 직접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적나라하게 펼쳐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훼손당하는 생명을 만났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을 느꼈다. 같이 눈을 맞추고 미소 지으며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20대 초반 한창 연애에 목말라 있을 때에는 뜬금 없이 램프의 요정에게라도 빌고 싶은 소원이 한 가지 있었다. 팔 다리 굵고 등이 운동장처럼 넓은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김게이야 김게이야, 그 동안 게이로 살기 난이도 나이트메어 급인 한국 사회에서 음으로 양으로 호모 포비아들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왔으니 내가 업적 보상으로 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 원하는 게 뭐니? 라고 묻는다면 이 초능력을 달라고 꼭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