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하합니다
페미니즘 관련 글이나 김자연 성우를 응원하는 글 등을 올렸다는 이유로 밥줄이 끊긴 이는 이 작가뿐만이 아니다.
선처를 앞세워 은밀한 '수사 협조' 요구를 했다.
"나는 그들이 싫어하는 ‘한남’ 같은 단어를 쓴 적도 없다. 여성인권 관련한 글을 RT했을 뿐"
며칠 전 정중식 씨는 특정 세력의 항의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글을 썼다. 거의 밥줄이 끊길 지경이라는 토로였다. 나는 소비자 행동에 의해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는 점에서 김자연 성우의 계약 해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논란된 창작자나 예능인에게 '기회의 차단'은 가혹하다. 그가 개털이라면 더욱 더. 나는 이 헬조선에서, 개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보장받길 바란다. 그 뒤 시장이나 평단에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상업적 무대의 주최 측에 대한 직접적 압력이 과하다고 느낀 이유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데이트를 할 때 데이트 비용을 동일하게 내지 않는 데이트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결혼할 때 남성들에게 집을 구해오기 바라는 문화가 있어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결혼하기 훨씬 더 어렵고 부담스러운 입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결혼도 무임승차로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남녀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 1위입니다. OECD에서 조사를 시작한 2002년부터 14년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별에 따른 구조적인 차별과 억압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과 남성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돼야 합니다.
정부는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고/않고, 진보정당은 비판 논평을 철회시킴으로써 메갈리아 티셔츠를 구입한 여성 성우를 교체한 기업에 동의했다. 내가 이번 '티셔츠 사태'에 절망한 이유는 지난 25여년 동안 경험한 바지만, 국가-우파-좌파 사이의 이념(이 있기는 한가?)과 계급을 초월한 성의 단결, 즉 남성연대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기업이나 무능·부패한 정부가 아니라 여성과 싸우고 있다. 왜? 그들이 좋아하는 '정치경제학' 논리로 보자면, '진보' 이전에 '남자'일 때 더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베의 폭력, 자신감, 신념, 막말은 마치 무정부 상태의 거칠 것 없는 주인공처럼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메갈리아에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거듭 묻는다. 누가 일베에 맞섰는가?
티셔츠가 예뻐서 샀든 해당 펀딩의 취지에 동의해서 샀든, 아니면 정말로 '메갈리아'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서 샀든 상관이 없다. 티셔츠 구매의 모든 이유들이 '메갈'로 등치되고 있다. 이 티를 입은 자들이 말하는 모든 언어가 메갈의 것으로 치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페미니즘적 언어도 '메갈'이라 비난받을 수 있다. 비난하는 자들은 손쉬운 낙인을 택했다. 이제 벗어나기 위한 해명은 낙인 받은 자들의 몫이다. 이제 누구라도 메갈이 될 수 있다. 과거 누구라도 김치녀가 될 수 있었듯. 어떤 성범죄 피해자라도 꽃뱀이 될 수 있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