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의 블랙리스트는 과거 독재정권의 검열과는 달리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 반면 철저하게 제도적 불이익을 준다. 열악한 조건에서 창작하는 문화예술인에게 정부 지원을 끊고 외부 지원을 차단하는 저급한 검열방식인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명분을 여전히 종북·좌파세력에 대한 대응에서 찾고 있으나 실제와는 너무 큰 괴리가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언론에 공개된 9473명의 블랙리스트 명단은 세월호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거나 선거에서 문재인과 박원순을 지지한 사람들로 알려졌는데, 이들 모두를 종북·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다.
'후죠시인 걸 아웃팅 당해서 일반인들이 나를 차별할 것이다'라는 단어 조합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 자체가 진짜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하거나 자신의 의지 없이 아웃팅을 당해서 사회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폭력의 대상이 되거나 친족에게서 자살을 종용 당하는 일까지 겪는 성소수자들에게 큰 실례를 저지르는 짓이다.
세월호 '사건'(박민규가 말한 대로 '사건'이 더 정확하다)에 대해 감상이든, 생각이든 뭐라도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