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더 크라운부터....
"내가 뱉는 말 하나하나가 중요하니까 모든 걸 조심하는 건 순서상 맞지 않다고 생각" -손석구
"질문을 던지는 입장이지 답을 제시하는 입장은 아니다"
군복 입은 구씨, 아니 손석구다.
김보통 작가는 사복 헌병이자 디피조였다.
탈영병 쫓는 군인들 이야기로, 정해인이 주연을 맡았다.
탈영병 쫓는 헌병대 이등병을 주인공으로 군 가혹행위를 다뤘다.
도착한 첫날 당직폰을 인계 받자마자 응급 콜이 와서 응급수술을 하고, 해지는 석양을 등 뒤로 맨눈으로 가까이 보이는 시리아 국경을 바라보며 크리스찬과 씁쓸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 언덕 너머에서 육중하게 들려오는 폭격 소리에 긴장했던 날들도 있었다. 폭탄 손상으로 팔다리가 불구가 된 아이들을 보며 딱한 마음이 들고, 붕대를 풀어헤치니 불구가 된 자신의 팔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며 현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덟 살의 발린의 비명과 울음을 들으며, 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시련이겠구나 싶은 안쓰러운 마음을 느꼈다.
시리아에서 다쳐서 요르단 국경을 넘을 때 대개는 환자만 국경을 넘는 것이 허가된다. 시리아 전쟁이 그치지 않은 시국에서는 국경의 보안이 철저하다. 구급차에 실려 있는 아이 옆에 함께 올라있는 엄마일지라도 종종 함께 넘어오는 것을 허가 받지 못한다. 결국 아이만 내려오게 되고, 아이가 다쳐서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의 옆에 있을 수도 없는 상황까지 겹쳐 더 막막한 느낌이 드는 상황이 되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린 나이에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덩그러니 혼자 떨어져 나온 상황이라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
지난 공중폭격이 있을 때는 여기 40병상이 모두 다 차고도 넘쳐 75명까지 수용해야 했던 적이 있고, 교전 중에는 응급실로 하루에 60~70명씩 중상 환자들이 몰려오는 날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조용하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갔다. 들려오는 무력분쟁의 상황에 비해서는 뭔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은 예상대로 환자들이 없어서 조용한 것이 아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람사 미션에서 수술실을 만들고 있다. 요르단 국립병원인 람싸 병원의 1층의 한 켠을 국경없는의사회의 수술실로의 개조가 허가된 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효율적이고 근대적인 수술실로 만드는데 호헤는 건축 설계와 현장 감독을 맡고 있다. 특수 공간인 수술실 설계에 대해 의료진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최대한 맞게 설계를 이용하고 있다. 중간에 무언가 새로운 요청이 들어오고, 의료진들 사이에 의견이 잘 맞지 않아 중간에 끼게 되는 상황이 있을 때도, 그의 특유의 공손함과 웃음으로 상황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대체 이렇게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가 뭔가 싶어서 물어보니, 지금 상황이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국경너머에서 정세가 불안정한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엊그제 엄포성 폭탄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시리아 남부의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 지가 아직 많이 모호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공식적 공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현재 모든 병상이 차 있기 때문에 대량사상자가 오면 감당할 수가 없으니 병상을 최대한 비우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일본에 비해서는 대략 1/10의 인력 풀을 가지고 있는 정도이다. 2014년에 프로젝트 참여한 활동가 수를 보면 일본인 활동가는 113명이고, 우리나라는 13명이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시기가 되면 후원자에서 활동가로 참가하리라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니 앞으로는 더 많은 한국인이 함께 어우러질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회진이 끝나고 차로 향하는 길에 낮게 깔리기 시작하는 태양 볕을 등뒤로 모래바람을 다시 한번 만난다. 한 순간 시야를 가릴 정도로 불어오는 이 마른 지역의 모래바람이 문득 추운 겨울의 눈보라처럼 느껴졌다. 여기는 난민캠프이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5년이 지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끝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시가지에서 이런 폭발음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평범한 토요일이 시작되었다(여기는 금요일 토요일이 주말인데,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정상근무한다). 7시반 출근을 하고, 전체 회진을 돌고, 정규 수술을 시작한다. 낮 12시 반, 여전히 응급실은 잠잠하다.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이송할 만큼 크게 다친 환자가 없거나, 아니면 이송되기도 전에 환자가 모두 사망했거나. 그저 전자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임신을 축복하며 늘 곁에 있어주었는데, 그녀는 현재 람사 병원에 홀로 와 있다.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시리아인인 그녀는 국경을 넘을 때 가족이 함께 오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응급차에 실려 정신 없이 국경을 넘었다. 지난 3월 말, 임신 말기의 몸으로 집 근처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에선가 날아온 폭탄이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지면서 두 다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무력분쟁지역으로 다가갔다. 아무나 갈 수 없는 지역, 아니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보호할 무기 한 점 없이 갔다, 아니 어쩌면 무기가 없기에 더 떳떳하게 갈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는 것은, 즉 우리 단체의 무기는, 중립성이다.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종교적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그 바로 옆에서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