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조율"
샤를리 에브도, 홍성담, '일베 조각상' 셋을 관통하는 논점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가 될 가능성만으로, 어떤 표현이 제약될 수 있느냐'이다. 물리적인 상해나 인명 피해가 아닌 마음의 상처를 누군가 받을 가능성만으로 '다양한 해석의 층위'를 품은 예술 표현이 제약되어야 하냐는 게 관건이다. 요컨대 산 동물을 학대하거나 제 3자에게 물리적인 해악을 끼치는 걸 작품의 콘셉트로 포함시킨 작품이 있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논할 필요 없이 사법적 관리 대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누군가 불쾌하게 생각할 여지'만으로 예술 표현이 제약될 수 있느냐는 거다.
미술인들이 바르토메우 마리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그의 정치 검열 전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국내 미술계도 정치 검열에서 결코 자유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자이스트가이스트-시대정신》에서 임옥상 작가의 <하나 됨을 위하여>와 이강우 작가의 <생각의 기록>은 개관 기념식에 박근혜가 참석한다는 이유로 청와대 직원에게 수치스러운 검열을 당한 바 있다.
건국 이래 최초로 미 대사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한 김기종은 범행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최고위급 외교사절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데다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무게를 감안하면 김기종에게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는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