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실상 형집행정지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인 2022년에야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어 첫 고1이 입학 가능하고, 그제서야 내신 절대평가제가 실시 가능하고, 그제서야 고교학점제가 실시 가능하다. 그런데 고1은 공통과목을 이수하므로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고2가 되는 2023년(차기 대통령 2년차)에야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듯 2022년에야 ①고교체계 정비 가능→ ②그제서야 내신 절대평가 도입 가능→ ③그제서야 고교학점제 도입 가능 이라는 논리적 흐름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적 흐름에는 두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이유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권리의 평등화가 진행된다 해도 인간이 가진 "특징의 차이"는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패전 직후인 1947년에 제도화된 생리휴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본 특유의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도 "남성이 차가운 눈으로 본다" "동료에게 폐가 된다" 등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서는 생리휴가를 사용하기 어렵다.
시민대중의 일상생활이 평안하고 안락하도록 하는 것은 정치와 사회시스템의 기본목표에 속한다. 시민대중으로 하여금 한겨울에 주말마다 광장으로 나와 추위와 불편을 감내하며 촛불을 밝히고 토론을 펼치자고 하는 것은 주객전도 내지 가치계서 도착倒錯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치개혁은 시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수단-방법이지 목표가 아니다. 시민대중의 지혜와 노력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동원하려는 태도는 비겁한 일이다. 포퓰리즘을 넘어 벌가리즘에 해당한다 하겠다.
'교육진보'세력은 '공교육정상화'를 명분으로 대학과 고교 입시에서 학교내신 반영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더 고통스럽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래, 아니 유사 이래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통제적인, 강압적인, 경쟁적인 삶을 살아간 적이 있던가? 그런데도 최근 소위 '진보교육감'들은 고교입학전형에서 중학교 내신 비교과 비중 높이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 중학생의 고통도 고등학생에 이르게 될 것이고 사교육비는 더 증가할 것이다.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교육이 어찌할 수는 없다. 국가와 학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먼저 학교간 격차 해소이다. 빈부격차 심화는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의 증가, 학력부진아 증가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소외된 지역에 단순히 평등한 여건을 갖추어주는 데에서 더 나아가 소외된 지역에 대해서는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만큼의 추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소외 지역에서는 학교의 돌봄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