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가 그렇듯 장서는 한 주인만을 섬긴다. 주인을 잃은 장서는 안타깝지만,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주인이 세상을 떠나며 버림받은 유기견의 신세와 비슷하다. 장서를 의도치 않게 떠안은 자식들은 대개 헌책방이나 고물상에 무게를 달아 팔아넘긴다. 이런 이유로 헌책이나 희귀본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기회는 다른 교양 있는 장서가의 죽음이다. 내 서재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지금도 내 서재의 장서는 풍전등화 신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