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특히 제품 디자인의 경우는 더욱더,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하는 핸드폰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구형 모델이 되는 디자인은 미래에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닙니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개발에 힘쓰는 디자이너가 전 세계에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페루대학교의 경우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광고판을 개발했고, '페어폰(Fairphone)'이라는 네덜란드 기업은 모바일 기기에 필요한 광물을 공정하게 얻고 핸드폰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디자인이 대체로 형편없는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자원이 부족한 세상에서 공유하고 혁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필요성도 말이죠.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지역 사회와 이웃의 참여, 협업의 장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민주화'나 '크라우드 소싱' 등은 비용 절약을 위해 디자인을 상품처럼 생각하는 까닭에 현실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디자인 품질은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디자인은 분명 소수 전문가의 분야이고 실제 디자인적 사고는 좌뇌 성향을 가진 사람의 브리핑을 평범하게 만들고 그 한계를 드러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유행하는 평범함을 따르지 말라(Never Accept Trendy Mediocrity)'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여러 분야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생산 및 관리, 마케팅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는 물론이거니와, 디자이너가 시스템 디자인에 관여하고 그 시스템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보는 협업자들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상호보완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30대 후반이 넘어가면 현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매니저가 되든지 자영업자로 변신하죠.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제도와 장치를 통해 커리어를 계속 연장합니다. 50~60대까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외국에 나가보면 각 국가의 디자인 협회들은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커리어 관리에 엄청나게 신경을 씁니다."
국제단체 중 세계 디자인계를 움직이는 3대 파워 그룹이 있는데요. 그래픽에 기반을 둔 icograda(국제그래픽디자인협의회)가 이름을 바꾼 ico-D(국제디자인협의회), 산업 디자인의 맹주인 icsid(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 그리고 실내 건축 쪽의 ifi(국제실내건축가연맹)입니다. 디자인의 세부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 단체가 한곳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사건인데 그냥 친목으로 방문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정기 총회를 이번 행사 기간 내에 치를 예정이니 그 무게감은 말할 필요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