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활동가들 마저 비판한 이들의 행태.
나 자신도 그러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던 것은 국가권력이나 권력자가 역사문제에 대해 특정한 방법이나 내용, 심지어는 권력자의 개인적인 소신이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의 부당함 때문이었다. 도대체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이 학문적 문제나 역사기술에 관해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다른 사람도 아닌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지시한 문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고대사의 연구방향과 내용을 '지시'하는 듯한 방식으로 공식 회의를 통해 발언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경솔한 일이다.
크고 작은 모든 권력 중에 선출직의 권력만을 민주주의적 1인 1표로 구성하고 교체한다. 다른 권력은 보통사람들의 1인 1표와는 아무 상관없이 성립하고 유지되며 사라진다. 보통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뿐 영향을 받지 않는 권력들이다. 재벌과 사용자의 권력이 그렇고 관료와 검찰, 판사의 권력이 그러하며 학자와 전문가, 문화예술인의 권력도 같다.
정부는 심지어 국정교과서 집필진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 공개되면 테러라도 당할 것을 우려하는 걸까. 도대체 학자라는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비공개의 장막 뒤로 숨는가. 양심과 양식에 비추어 봐서 거리낄 게 없다면 국정 교과서 집필진의 영광을 드러내고 축하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박 대통령은 사사로운 원한을 간직하고 있다가 여야 수뇌부가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 원한을 날카롭게 표출했고, 상대방의 굴복을 받아냈다. 박 대통령의 머릿 속에는 사사로움과 원한이 국정현안보다 더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인가? 이 원내대표를 향한 박 대통령의 공격은 선친 박정희의 제사상에 올릴 선물로 국정국사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MB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이렇다할 업적이 아무것도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MB정부의 경우 아무런 업적이 없는 "맹탕정부"로 끝났으면 그래도 낙제점만은 면할 수도 있었는데, 부질없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거의 "최악의 정부"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후일의 역사가들은 4대강사업을 MB정부 최대의 실정으로 기록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MB정부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박근혜정부를 보면 어쩌면 그리도 MB정부와 꼭 닮아있는지 혀를 차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선 대통령 한 사람의 아집으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교과서 발행제도는 민주주의 발전사의 나이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거꾸로 돌리려는 작업에 전국의 대학 선생, 지식인들이 좌와 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들불처럼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국정화 작업이 그들이 생명줄로 삼고 있는 학문·사상의 자유를 억압·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리라. 이런 맥락도 모르고 국정화 작업이 아버지가 통치했던 유신시대처럼 대통령의 눈짓 하나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커다란 착각이자 몽상이다.
이 글에서 살펴 보려고 하는 것은 1950년 10월 30일에 있었던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승만이 평양을 방문했던 에피소드이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벌어져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을 찾았던 일이니, 대한민국 헌법상 당연히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전체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국토의 일부를 찾은 일이고, 당시 이승만은 평양에서 그를 맞으러 구름 같이 몰려 왔다는 평양시민들 앞에서 감격적인 연설을 하였다고 하니, 앞으로 만들어질 대한민국 국정 국사교과서(쿨럭;)에도 어쩌면 관련된 내용들이 자랑스럽게 실려야 할 것 같은 사건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평양 방문의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라고 할 만하다.
서유럽에서 좌익은 문화전쟁, 역사전쟁, 교육전쟁에서 우파한테 지고 들어갔기에 정치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람시의 주장이라고나 할까. 우스갯소리지만, 이는 언젠가 정운영 선생님께서 칼럼에서 쓰신, 이태리 가톨릭 교회를 빗대어 이야기 한 다음과 같이 '공산당이 절대로 교회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란 얘기에 나름 집약되어 있다. 그 얘기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는 매주 전당대회를 하고(주일 미사), 당원(신자)들한테 그때마다 당비(헌금)를 걷고, 늘 자아비판(고해성사)을 하게 하니(응?) 어찌 공산당이 교회를 이길 수 있겠느냐는 것.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근현대사 전공자들 대부분이 민중사관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편향된 교과서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사에서 정론이 무엇이고 평향된 의견이 무엇입니까? 학계의 정설이라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론을 뜻합니다. 이것은 역사학계의 경우라 해서 다를 리가 전혀 없지요. 절대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지지하는 역사해석이 바로 정론이고, 그렇다면 현재의 교과서들이 바로 그 정론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수가 지지하는 역사 해석을 민중사관이라는 라벨을 붙여 배격하는 자세 그 자체가 억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