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는 먹는 법이 있다. 입 다물고 주는 대로 먹는 게 고수고, 먹고 싶은 걸 줄줄이 외는 건 중수다. 제일 하수는 '이거 물 좋아요?' 하고 되묻는 이다. 그러면 아짐은 딱 한마디 하신다. "물 안 좋으믄 저 개천(연등천)에다 확 버려야쓰것네." 고수건 하수건 공통점도 있다. 누구도 안주의 값을 묻거나 요리법을 챙기지 않는다. 알아서 먹을 만하게, 가장 어울리는 요리법으로 회 치고 지지고 볶는 까닭이다. 일식으로 치면 절세의 '오마까세(お任せ, 주방장이 재료와 요리법을 선택해서 자유롭게 구성하는 것)'가 여기 와서 울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