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한을 풀어주는 가장 좋은 길은 5·18의 진상을 온전하게 규명하는 것
"집단 성폭행 뒤 동생이 미쳐버렸고, 할 수 없이 절로 보내 여승이 되었다" - 오빠
이 문서에 담긴 한국군 정보원의 발언을 정리하면, '인간이 경험한 가장 극악한 형태의 전쟁인 베트남전에 참전한 전두환 등의 신군부가 광주시민들을 비국민으로 간주해 무자비한 진압과 학살을 자행했다'정도 될 것이다.
〈택시운전사〉 에는 억지스러운 설정(예컨대 광주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도로에서의 추격씬)이 곳곳에 있고, 배우들의 개별적 연기는 돋보이지만, 연기의 합은 조화로워 보이기보단 어수선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택시운전사〉 를 봐야 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광주민중항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학살의 원흉 전두환, 일베 등이 보여주는 것처럼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는 광주민중항쟁을 왜곡하고, 폄하하고, 모독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 맞서 광주민중항쟁을 정확히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소중하고 필요하다. 〈택시운전사〉 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노무현이 없었더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는 다행스럽게 박정희 신화를 산산조각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을 넘어설 수 있을까?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약속한 416안전공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민들 일부가 416안전공원을 도시 외곽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진다느니, 안산이 세월호 때문에 낙후된 도시가 된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두려움이 또다시 시민과 유가족을 가른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416안전공원을 세우려고 하는 화랑유원지는 단원고 희생자들이 어려서부터 가족과 산책을 하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며 놀던 곳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기억관은 우리 모두에게 생명과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416안전공원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외곽이 아니라 시민들 속에 있어야 한다.
이제는 박사모 등의 지지 이외에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때 박근혜의 인기는 대단했고, 권력기반은 견고했다. 박근혜가 이리 허망하고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박근혜 체제의 균열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나는 세월호 참사를 들고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유족들의 결사적인 투쟁이 빙하처럼 단단했던 박근혜 체제에 금을 냈다.
일각에서는 전두환이 악당이긴 하지만 사내답다고 평가한다. 사내답다는 평가는 적어도 비겁하지는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은 광주학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이면서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비겁한 자다. 전두환은 비겁한 악당에 불과하다.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이라 불리는 광주민중항쟁 진압 과정에서 자신의 발포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두환이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도대체 누가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했을까요? 수만 발의 실탄이 국민에게 발사됐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진는 끝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전두환 측근의 입에서 나온 '총체적 유감'이라는 단어의 내용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광주학살에 대해 전두환이 무슨 책임이 있으며 어떤 잘못이 있다는 건지에 대한 명확한 적시가 없는 '총체적 유감'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광주방문과 5.18묘역 참배의 조건으로 내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라는 대목에 이르면 화가 나기보다 웃음이 난다. 전두환은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그것도 꽃가마를 타고 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도대체 가능한 발상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