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단행한 특별사면 조치다.
이제는 교권을 마냥 방치해 두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현재 학교 현장의 상황은 너무 심각하며,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교권은커녕 자연인으로서 인권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와 있다. 그런데 교권을 말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교권의 권이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권은 권력이 아니라 권리다. 다른 하나는 이 권리가 교사의 권리, 혹은 교장, 교감을 포함한 교원의 권리가 아니라 학생의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교권은 교원의 권력이 아니라 학생의 권리에 속한다.
탄핵으로 박근혜정권의 임기가 사실상 15개월이나 단축된 덕에 본래 박근혜 몫이었던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대법관 2인까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을 진보성향으로 임명하면 대법관도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총12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예정이라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법원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기 때문에 대통령 몫 3인과 여당 몫 1인에 대법원장 몫 3인까지 총7인이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리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진보성향의 사법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공무원과 교사가 정당후보 결정을 위한 국민경선에 참여하면 공무수행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되는가? 만약 학교 밖 정당후보 국민경선에서 표를 행사하는 게 정치중립성 위반이라면 본선에서 특정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 삼고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당소속 특정후보의 본선통과를 위한 투표권 행사를 인정하는 이상 정당소속 특정후보의 경선통과를 위한 투표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나지 않던 국정원의 존재가 대법원장 사찰문건 공개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삐죽 튀어나온 셈이다. 총체적 국기문란 사태에서 국정원이 빠지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014년 1월에 작성된 대법원장 사찰문건은 2012년의 대선댓글개입으로 2013년 내내 검찰수사와 국회특위에 시달렸던 국정원이 2014년에도 여전히 안에서는 딴짓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2014년 2월28일로 끝난 국회특위의 국정원 개혁안이 과연 국정원의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국내정보 수집관행을 바로잡았을지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요즘 여기저기서 시민평의회, 시민의회, 시민주권회의, 민회를 만들자는 소리가 올라온다. 명칭은 달라도 취지와 방향은 한 흐름이다. 광장의 열망과 시민의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시민주도 개혁요구안을 만들어내자는 것. 당연히 지금의 의회와 정당, 대의제에 대한 일정한 불신에 기초한다. 일상적인 시기에도 제도정치권의 역량과 진지성을 믿기 어려운데 지금 같은 비상한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식물대통령의 교란책이 나온 것 외에 바뀐 상황은 없다. 국민탄핵의 힘으로 정권은 돌이킬 수 없게 내부 붕괴 중이다. 심지어 친박까지 등을 돌렸다. 여기서 흔들리거나 머뭇거려선 안 된다. 박근혜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 지금 와서 박근혜의 '명예퇴진'을 용인한다면 눈앞의 승리를 발로 차고 우회로를 택하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르랴. 박근혜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여의도정쟁과 개헌국면, 대선경쟁이 기다릴 뿐이다.
정치권과 국민은 이른바 '황교안 딜레마'만 생각하면 하야건 탄핵이건 맥이 빠지고 뒤끝이 개운하질 않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하야나 탄핵을 성취해도 뒤에서 박근혜 아바타, 황교안이 음흉하게 웃고 서 있다면 누군들 시민혁명을 실감할 수 있겠는가. 자진사퇴나 임기단축을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는 박근혜 입장에서는 임기보장을 받지 않는 이상 야당지명총리와 야당주도내각을 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썩은 동아줄이더라도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라는 마지막 구명줄마저 손에서 놓을 이유가 없다.
헌재소장이 내년 1월31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헌재는 당연히 이 시점을 1차 선고기한으로 삼아야 한다. 만에 하나 모든 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기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년3월15일이 마지막 기한이다. 국민의 명령이다. 아무리 늦어도 이때까지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국회와 야3당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종료시점이 탄핵심판의 시간적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회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지금부터 단 하루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탄핵소추를 최대한 서둘러야 맞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검찰의 대통령조사방침을 접하면서 과거 박지원대변인의 명언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검찰이 사상최초로 현직대통령을 조사한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정치검찰이 국민검찰로 바뀌지 않는다. 국정원댓글개입 수사, 십상시 수사,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 숱한 대형국면마다 진실과 정의를 왜곡하며 국민이 준 검찰권을 남용해온 부역죄가 덜어지지 않는다. 만약 지난 1주 동안 광장참여가 떨어지고 정권지지가 반등했다고 가정해보라. 검찰조사결과는 보나마나 '역시나'였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기업과 정치행태가 참 잘 조응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도 안 되는 지지율로도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은 이보다 못한 지분율로 거대그룹의 소유자로 행세하고 있다. 이런 지분율 상태는 거대그룹을 상속할 때마다 연금술을 동원하게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이 연금술의 일환이다. 수조원의 주식가치가 조작되어 그룹승계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권력의 힘으로 쉽게 동원되었다.
시민들은 지금까지 투표소와 광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으며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줬고, 비상시국을 맞아 직접 광장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주권자로서 국가운명에 대한 자기의사를 "박근혜 즉각 퇴진"으로 분명하게 모아내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의 대표인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들이 "의회방식으로" 꼭 해야 할 일을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탈당, 2선 후퇴, 거국내각 등을 누구에게 요구하고 있는가? 지금은 국민을 대표하라고 뽑힌 국회의원들이 헌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식물대통령에게 권력포기를 구걸할 때가 아니라 강제할 때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9천473명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죄가 있다면 세월호참사 처리과정에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한 죄다. 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14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공개 지지한 죄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적극지지자를 블랙리스트로 묶어 불이익을 주기로 한 정권의 행위는 권력의 힘으로 유력야권주자의 손발을 묶고 확장력을 막는 간악하고 비열한 민의왜곡이자 중대한 범법행위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는 민주법치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국기문란의 중대범죄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그냥 내려놓으면 됩니다." 나는 이와 유사한 문장을 여러 번 보았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똥을 싸면 똥이 마렵지 않다", "설탕을 넣으면 달고 소금을 넣으면 짜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내가 궁금한 건,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려놓고 싶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용산화상경마장과 성심여고가 학교보건법상 유해시설 금지구역인 200미터보다 15미터 더 떨어져있다는 사실에 안주할 수 없다. 도박사업 공기업의 성격상 초라하고 앙상한 합법성에 숨어 막중한 사회책임을 저버릴 수 없다. 용산화상경마장 반대주민들과 학부모들은 1225일째 주말 없는 삶을 감수하며 교육과 도박 중 뭣이 중하냐고, 학교와 경마장 중 뭣이 중하냐고 묻고 있다. 마사회가 고강도 사회책임기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거듭난다면 대답은 정해져있다.
교육부는 사드 배치의 당위성과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국방부 문건을 모든 학교의 학부모, 교사, 학생에 안내해 줄 것을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교육청의 반응은 세 갈래로 나타났다. 경북교육청을 포함한 10개 교육청은 늘 그래왔듯이 교육부 공문을 그대로 학교로 발송했다. 홍보 문건을 받아본 경북 성주의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렸을 것은 불문가지다. 다른 한편 광주와 강원 등 4개 진보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의 학교이첩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경기와 전북, 서울교육청은 전례 없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선 각 부문의 파워 엘리트들이 대기업 사외이사자리를 노리며 재벌총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영혼을 판다. 특히 고위 관료들과 판검사, 중진학자들 가운데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사외이사제도는 재벌총수의 경제력남용을 억지하기는커녕 사회지배력을 확장시켜주는 역기능을 수행한다. 반면에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동조합이나 종업원들이 선임하는 근로자이사는 지배주주=재벌총수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 근로자이사야말로 재벌총수의 회사기회 유용 등 배임행태를 억제할 수 있는 진짜 사외이사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