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보는 '의자 뺏기 게임'과 ‘희망 고문’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전의 그는 외계인부터 철학까지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이끌었다.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도 좀 더 명확히 보여서일 거다. 그런 눈이 트이는 데 가족과 휴식이 한몫했다는 걸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올해는 내게 주어진 휴가를 전부 다 쓰겠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한다. 지난 20년 동안 어느 한 해도 휴가를 다 쓰지 못했다. 올 여름은 2주간 휴가를 냈다. 남은 휴가 역시도 연말까지 다 쓸 거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가족이 생기고 나서야 뒤늦게 휴식의 의미를 찾았다. 시대 영향도 있겠고 개인 경험 차이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이제야 사회운동가에게도 휴식은 필수적이고 누구에게 미안해할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일종의 소소한 반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였을 때 공감대를 얻어서 제도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국가의 일이라면 생각도 하지 않고 동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많은 것이 달라 질 수 있다."
영화에는 엄청나게 머리가 좋은 튜링이 정작 대인관계에서 서툰 장면이 나온다. 이는 사실은 인간들의 우습지도 않은 대화법에 대한 비웃음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살면서 끊임없이 요구받는 어떤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말을 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연애 코칭 내용의 대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어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 한국어를 20년 넘게 아무 문제 없이 써온 선남선녀들이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은 표정으로 이성과의 대화법에 대한 코칭을 진지하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