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꿈인 나라' 경제손실 한해 17조. 이것은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기사화한 어떤 일간지의 기사 제목입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소위 '공시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라는 말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낭비라고 할 수 있는 4대강사업 예산에 필적하는 경제적 손실이 해마다 발생한다는 뜻이지요.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지새우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할까요?
공시족 폭발은 공직이 천국이어서라기보다는 사기업에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거의 의탁할 수 없는 데 기인한다. 도전과 변화를 감행해야 할 우수한 청년들이 안정을 찾아 이렇게 공시에 몰려드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징조다. 게다가 2년 혹은 4년 동안 비싼 등록금과 귀중한 시간을 바치고도 전공과 거의 무관한 공시를 별도로 준비한다는 사실은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지만 대학 교육도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가적으로는 극히 '비합리적인' 결과가 초래되었지만 공시족 개인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진입 과정의 공정성이 보장된다. 공무원 시험 합격은 물론 어렵다. 그러나 대기업 입사 때처럼 해외 활동 스펙이 없어서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대형 로펌이나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처럼 부모의 배경이 도움이 되는 곳도 아니다. 재산을 물려받을 필요도 없고, 고위 관료가 전화를 걸어줄 필요도 없다. 그저 시험만 잘 보면 된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경기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가장 공정한 경기장이라고 맞받아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