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대의 수익사업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
국가공동체는 거대한 항공모함과 비슷하다. 권력을 차지한다고 해서 혁명적으로 노선을 바꾸기 어렵다.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주변의 불만을 다독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파이'를 나눠야 한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들이 쟁취한 한국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일단 경제적파이가 너무 적었고 작은 것에서 일정 부분을 강제로 취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따랐다. 주변 강대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장도 고려하지 못했다. 주요 정책을 수정하는데 필요한 '교통정리'도 제대로 못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부당한 방법으로 자동차를 탈취한 뒤에, 지난 10년 동안 도로가 바뀌었다는 것도 모른 채, 과거에 해 왔던 방식으로 무모하게 돌진한 것과 흡사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박근혜 대통령만큼 깨끗하고 그리고 개혁적인 사고로 밤잠 자지 않고 대한민국 역사발전을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을 본 적 있는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깨끗하다고 말한 사람은 김무성 전 대표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을 뒤집어엎겠다고 하고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이러한 불법시위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불과 1년 만에 이제는 박근혜 퇴진을 말하고 있습니다.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던 그가 "다음 대선에서 진보 좌파에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걸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하는 말을 합니다.
고엽제 전우회와 만나기 전, 제작진은 얼마간의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민간인 학살이나 과격한 시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물어볼 생각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없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은 적극적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회원들은 지금껏 쌓아뒀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서운함, 절절한 피해 경험, 억울한 감정 등이 뒤섞여 나왔다.
아마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은 민간인 학살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순간, 베트남전 참전이 불명예스러운 일이 되고 자신의 존재의의를 부정당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베트남 파병이 국가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명분의 전쟁이었다는 점, 베트남전은 적군과 아군의 식별이 매우 어려운 전쟁이었고, 전선도 없었으며, 민간인들도 자주 적대행위를 했다는 점 등도 이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들일 성 싶다. 하지만 이들의 신념이나 믿음과는 무관하게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죄하는 용기를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에게 바라는 건 도저히 무리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