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에 이어 두 번째다.
'원자로'를 줄이겠다고, 없애겠다고, 짓던 것도 안 만들겠다고 '탈핵 선언'을 한 대통령이, 어떻게 동시에 '원자로'를 바닷속에 풀어놓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한반도에서 발생한 적도 없는 진도 7.0의 강진이 정확히 원자력 발전소를 강타할 가능성을 운운하는 환경주의자들은, 왜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하겠다는 원자력 잠수함이 북한의 어뢰나 기뢰에 맞아 폭파될 가능성은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과연 우리는 최소한의 상식적 기준을 가진 상태로 '탈핵' 논의를 하고 있긴 한 걸까. 북한이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이유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논리는 더더욱 이상하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동시에 포기할 경우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전기공급은 수입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천연가스의 미국가격은 셰일가스 개발로 매우 낮은 약 3달러 수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사용 붐이 일기 때문에 가격 인상의 소지도 있다. 참고로 약 10년 전에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14달러까지 올라 갔었다. 따라서 원전의 비중이 줄 경우 최소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두 연료의 혼합은 안정된 전력공급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원전사용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을 많이 보급한 독일도 과잉 석탄의존에 고민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지난 40년간 외부에 공개된 사고와 고장만 무려 130여 건에 달합니다. 2012년 2월 9일에는 외부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비상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원전 전체에 전력공급이 12분이나 중단되는 매우 위험한 사고가 있었죠. 하지만 해당 사건은 운영자인 한수원이 사고 발생 당시 취해야 할 백색비상 발령, 관계기관의 보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한 달 넘게 조직적으로 은폐하다가 뒤늦게야 밝혀졌었습니다. 만약 위험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우리나라도 후쿠시마와 같은 초대형 원전사고를 겪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25기의 원전 중, 규모 7.0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원전은 현재 시운전 중인 신고리 3호기뿐입니다. 나머지 24기 원전은 규모 6.5에 맞춰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요. 만약, 영화에서처럼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게 익숙한 '부실시공', '부실검증', '원전 비리' 등은 없다고 가정할 때(즉, 모든 원전이 내진설계 기준대로 제대로 지어졌다고 한다면) 일견 안전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핵발전소 건설 입지에 활성단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신고리5·6호기 건설 허가 때에도 이러한 점을 무시했다. 고리1호기를 건설할 당시에는 양산지진대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고리와 월성 원전 일대는 이번 지진에서 명확히 확인했듯이 활성단층도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더이상 지진 발생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리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은 정부와 한수원의 고리1호기 수명재연장 추진방침에 맞서, 위험한 '고물원전' 고리1호기에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가위눌린 삶을 살게 된다는 부산시민의 절박한 상황과 이러한 노후 핵발전소의 가동 재연장은 실은 '핵마피아의, 핵마피아에 의한, 핵마피아를 위한 정책'일뿐이며,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단결된 힘밖에는 없다는 자각에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시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자신의 침대에 뉘여보고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의 몸을 잡아당기거나 도끼로 잘랐다. 한국 정부도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전력수요 연 2.2% 증가를 설정해놓고, 전기요금을 인하해 전력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핵발전소 확대라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정책을 통해 마음대로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피해와 갈등은 국민들의 몫이다.
7차 계획의 전력수요가 의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의혹은 연간 최대전력이 나타나는 시기에서 동계와 하계가 역전되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6차 계획)에서는 2016년부터 하계의 최대전력이 동계의 최대전력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7차 계획에서는 동계가 하계보다 줄곧 더 높은 것으로 예측하는 결과를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7차 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요계획실무소위원회에 참석한 ㄱ위원의 말에 따르면, 왜 6차 때와 달리 7차 때 동계피크를 더 높게 잡았느냐는 수요실무소위에 참석했던 대다수 위원들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