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검찰은 지배 권력에 기생하며 살아왔다."
박 대통령은 헌법과 삼권분립의 민주적 원리와 가치를, 쓰다가 지루해지면 한쪽으로 치워도 되는 가구쯤으로 여긴다. 헌법에 따라 의회와 행정부가 있고,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 발전하는 민주주의의 일상적 가치를 한없이 가벼이 받아들인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유리그릇 다루듯 유지해온 민주주의를, 헌법 수호를 다짐하고 선서한 대통령이 싸잡아 뒤로 밀어내는 일을 벌인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를 개혁하고, 1% vs 99%의 불평등 현실을 바꾸자는 월가점령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금방 독점적 금융구조를 해체하고 권력자들을 추방할 것 같던 캠페인은 무참하게 좌절됐다. 그 많던 '점령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을까. 샌더스에 대한 지지열풍이 월가점령운동으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의 보상심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상위 1%가 하위 90%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누구도 옹호하기 어렵다"는 샌더스의 언명은 그때 뉴욕의 주코티 공원을 가득 채운 좌절한 희망에서 발화하고 있다.
강원도의 '환경' '평화' '경제' '문화' 등 4대 올림픽 비전은 함량이 떨어지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 평화를 강조하는 데에 이르면 왜곡과 착시를 일으킨다. 심하게 말하면 위선이요, 거짓말이다. 강원도와 조직위는 불·편법적인 가리왕산 파괴로 이미 환경올림픽을 말할 윤리적 지위와 도덕적 권위를 잃어버렸다. 평화올림픽의 실질 내용인 남북분산개최나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 역시 지금까지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평화올림픽을 내세운들 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드리겠는가. 허세일 뿐이다.
가리왕산을 지키며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한가? 방법은 있다. 무주로 가자. 경기장을 일부 보완해야 할 테지만, 무주로 옮기면 약 17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무주 리조트는 이미 조성되어 있는 스키장뿐 아니라 호텔, 리조트 같은 숙박시설, 진입도로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리왕산에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도로, 숙박시설에 대한 예산도 줄일 수 있다. IOC도 나서 분산개최를 독려하는 마당에 가리왕산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평창. 삼년 전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유치를 따내고 흥분의 도가니였던 이곳은 2015년 현재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 갈림길의 한쪽 끝은 아젠다 2020으로 다가온 근대올림픽의 거대한 변화흐름을 받아들여 합리적으로 분산개최를 실현하는 것이고 다른 한쪽 길의 끝은 높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절벽이다. 멈추어서든가 아니면 낭떠러지로 발을 옮기든가 두 가지 선택만 남아있다. 처음 분산개최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발끈했던 지역유지 분들은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있던 대다수의 시민들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올림픽만 유치하면 당장 잘 살게 될 거라는 믿음에 균열이 가고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가리왕산을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총회에서 평창이 러시아의 소치와의 경쟁에서 패하자 기다렸다는듯이 환경부와 산림청이 가리왕산을 생태경관 보호지역으로,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중복 지정하며 서로 경쟁하듯이 보전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이곳이 한반도 내에서 중요한 산림생태계라는 것을 국가기관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그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동계올림픽에 대해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 당시 강원지사로 있던 김진선씨가 동계올림픽 3수를 선언하고 다시 레이스에 뛰어들어 2011년 기어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이때부터 가리왕산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가 멀다하고 굵직한 뉴스가 터져나오는데, 애당초 올림픽 분산 개최 문제 따위로 전국민적 여론 같은 건 일어날 리 없다고 예측하였던 것 같다. 이 예측이 지금까지는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경영진이 배임행위를 하여 주가가 폭락했는데 주식을 매각할 수 없는 경우라면 소액주주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적어도 힘을 모아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라도 하여 주총장에서 경영진에게 힘차게 따져는 봐야 할 것이 아닐까. 파산선고를 3년을 채 안 남긴 강원도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
심의 과정에서 일부 삭감되어 총 1,000억원의 지방채가 2015년에 발행될 예정이다. 오로지 보름 남짓을 위한 경기장 진입도로 건설을 위해서 매년 30억원의 이자(변동금리로 2.934%)를 내야하는 빚을 얻었다. 강원도는 2013년까지 채무가 8,605억원에 달하고, 이와 별도로 강원개발공사의 부채는 1조2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동계올림픽 시설투자라는 이유로 매년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고 앞서 금리 3%만 계상으로 해도 매년 2~3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이자로 납입하는 셈이 된다. 지방의료원 부채 감소, 무상급식 예산지원, 대학생 장학금 지원 사업 등의 총합을 합쳐도 지방부채의 이자액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 3년9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당시의 경제효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에 많은 의문이 쌓이고 있다. 여러 시민단체는 대회 경제효과에 고개를 젓고 있으며 강원도 내에서조차 거대한 빚잔치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1년 유치 당시 8조8000억 원으로 추산되던 평창동계올림픽 사업비는 지난해 13조 원까지 48% 폭등했다. 사업비의 75%가 국비로 지원된다는 것을 참작하면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평창은 '도쿄 따라하기'에 나서야 한다. 2020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도쿄는 경기장 재배치와 분산개최 아이디어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도쿄는 지난 3월 경기장 신설을 줄이고 현재의 시설을 활용하는 안을 만들어 1조 원대의 비용을 절감했다. 그 바람에 올림픽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는 도쿄 시민들의 마음까지 돌려세울 태세다. 분산개최 권고를 했다가 한국정부로부터 면박당한 IOC는 도쿄의 성공사례를 자신의 것처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도쿄와 일본정부가 하는 일을 평창과 한국정부는 왜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