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지난 40년간 외부에 공개된 사고와 고장만 무려 130여 건에 달합니다. 2012년 2월 9일에는 외부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비상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원전 전체에 전력공급이 12분이나 중단되는 매우 위험한 사고가 있었죠. 하지만 해당 사건은 운영자인 한수원이 사고 발생 당시 취해야 할 백색비상 발령, 관계기관의 보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한 달 넘게 조직적으로 은폐하다가 뒤늦게야 밝혀졌었습니다. 만약 위험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우리나라도 후쿠시마와 같은 초대형 원전사고를 겪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내년에는 수학여행 특수가 살아날까? 관광도시로서 경주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래대로 원전이 있는 곳을 월성군으로 분리하면 될까?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번 지진 때문에 월성 원전이라고 알고 있던, 그래서 그곳이 경주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이미 경주에 원전이 6기씩이나 밀집되어 있다는 비밀을 확실히 알아챘기 때문이다. 경주의 원전폐쇄와 방폐장 이전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일 것 같다.
경주주변, 좀 더 범위를 넓혀서 동해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지역이다. 경주의 월성원전, 부산의 고리원전, 울진원전에 우리나라의 가동원전 24기 중 18기가 가동 중에 있고, 입지가 거의 같은 신고리, 신월성, 신울진에는 10기 이상의 원전이 건설 혹은 계획 중이다. 그리고 삼척과 영덕에는 각각 2기의 원전을 짓기 위해 입지를 확정했다. 경주에는 90년대 이후 수차례 입지 논란이 있었던 핵폐기장이 운영 중이다. 전 세계에 이렇게 원전이 밀집한 지역은 없다.
핵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처럼 갈등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사업일수록 충분한 정보제공을 기반으로 하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가 실현되고 있으나 핵에너지와 관련된 정보는 많은 경우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거나, 법인 또는 개인의 영업·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하여 비공개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