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후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다. 길을 가다가 호기심에 가득 찬 주위의 시선에 태연한 척 해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시하다가도 한 번씩 짜증을 내곤 한다. 아이가 평생토록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엄마인 내가 괜찮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하며 속으로 되뇌곤 했다.
내 자신에게 혹독할 만큼 엄격하게 살아온 내가 엄청난 감정적 교란과 시간을 팔아 겨우 하나 마음에 담은 것이 '성정체성에 대한 무지'였다는 것이 너무 허망하고 억울하고 부끄러웠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사랑하는 내 자식인데 몰라서 그랬었다는 것이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다. 평소 나는 강단에서 '당연시하며 터부시하는 것'을 학문하는 자가 항상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태도라고 하였는데, 부끄럽게도 내 자신이 이분법적 성정체성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터부시해 왔었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다.